[쿠키인터뷰] 박경 “별일 없이 사는 거, 그게 제 꿈이에요”

[쿠키인터뷰] 박경 “별일 없이 사는 거, 그게 제 꿈이에요”

박경 “별일 없이 사는 거, 그게 제 꿈이에요”

기사승인 2019-06-01 07:00:00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은 ‘유학파’다.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블락비 초창기 멤버로 발탁돼 한국에 왔다. 멤버들 중 가장 긴 시간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정작 블락비 최종 데뷔조에선 제외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소속사 대표는 박경을 후속 팀의 리더로 삼을 계획이었다. 박경은 대표를 찾아가 읍소했다. “무조건 블락비가 돼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겠습니다.” 박경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됐다.

“블락비가 된 게 제가 제일 잘한 일이에요.” 최근 서울 잔다리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경은 이렇게 회상했다. 블락비의 멤버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2015년 첫 솔로곡 ‘보통연애’를 낸 뒤 ‘자격지심’ ‘오글오글’ ‘인스턴트’(INSTANT) 등의 노래로 꾸준히 자기 색을 드러내 왔다. 예능에선 ‘뇌요미’(뇌섹남+귀요미)로, 라디오에선 ‘경디’로 활약했다. 

지난달 21일 공개한 ‘귀차니스트’는 박경이 “안일한 1년”을 보낸 뒤 처음 만든 노래다. 박경은 지난해 소속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컸다고 했다. 건강검진에서 호르몬 검사를 받았더니, 활력을 주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치가 현격히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경은 일을 멀리한 채 자신을 돌봤다. 소속사와의 재계약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성사돼 고민을 덜 수 있었다.

“‘귀차니스트’는 원래 1월에 내려고 했던 곡이에요. 채워지지 않는 10%의 아쉬움 때문에 수정을 거듭했더니 발매 일정이 늦어졌죠. 악기 배치도 바꿔보고 악기 녹음도 여러 번 했어요. 특히 색소폰 연주에 공을 많이 들였죠. 요즘엔 컴퓨터로 여러 악기의 소리를 낼 수 있지만, 리얼 악기가 주는 흥겨움이 있거든요. 이번엔 드럼 소리 빼고 모두 리얼 악기로 연주했어요.”

솔로 데뷔 초부터 ‘프로듀서’ 타이틀을 달고 나왔던 박경은 하지만 돌아보면 부끄러운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작곡가들이 만든 트랙 위에 자신은 멜로디만 흥얼거리는, 소위 ‘입작곡’의 방식으로 노래를 만들어서다. 그가 본격적으로 프로듀싱의 세계에 뛰어든 건 2017년 낸 미니음반부터다. 박경은 “뭔가를 기획하는 것이 재밌다”고 했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에 피드백을 얻는 것이 박경을 설레게 만든다.

자신의 음반은 물론 블락비 음악도 직접 만들지만 정작 박경은 악보도 볼 줄 모른다. 음악을 정식으로 배워볼 생각은 없냐고 물으니, “조력자들이 많으니 효율성 좋은 방법을 택하고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경은 요즘 밴드 음악에도 흥미가 생겼다. 페퍼톤스,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공연이 콘텐츠로 꽉 차 있더라고요. 기승전결도 확실하고.” 박경의 목소리에선 당시의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예전에 곡을 만들 땐 히트시키기 위한 장치를 많이 넣었어요. 귀에 잘 감기는 멜로디를 여러 번 반복시키는 식이었죠. 그런데 요즘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요. 저는 제 음악에 자신감이 있고, 심지어 제 곡을 자주 듣거든요.(웃음) 제 음악을 들으신 많은 분들이 ‘박경 노래는 다른 사람이 불러도 박경 노래인 걸 알 것 같다’고 하시는데, ‘노래가 다 비슷하다. 식상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변화를 많이 주려고 하죠.”

박경은 지난 3월 ‘28.3℃’라는 제목의 팬미팅을 열었다. 공연 제목 ‘28.3℃’는 28세 3월의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박경은 “이걸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가령 30세 5월의 이야기를 ‘30.5℃’라는 이름의 콘텐츠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발표한 곡들이 제법 많아졌으니, 올해 연말에는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재능 많고 열정도 많은 20대 청년, 박경. 하지만 꿈이 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글쎄요. 저는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싶지도 않고요, 엄청나게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별일 없이 사는 거? 그게 제 꿈이에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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