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남궁민 “‘닥프’ 촬영, 커피 대신 도라지즙 마셨죠”

[쿠키인터뷰] 남궁민 “‘닥프’ 촬영, 커피 대신 도라지즙 마셨죠”

[쿠키인터뷰] 남궁민 “‘닥프’ 촬영, 커피 대신 도라지즙 마셨죠”

기사승인 2019-06-04 07:02:00

목적을 위해서 병을 만들어 내는 의사이자, 냉정하게 수를 읽고 정교하게 포석을 깔아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가. 얼마 전 종영한 KBS2 수목극 ‘닥터 프리즈너’의 주인공 나이제는 한국드라마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특징을 가진 캐릭터다. 한 때는 응급실의 성인(聖人)이었지만 사건에 휘말리며 인생이 바뀌는 인물로, 복수를 위해서라면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제의 적과도 스스럼없이 손을 잡는다. 높낮이가 일정한 나이제의 목소리와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선과 악 어느 편에 서있는지 모호할 정도다.

최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남궁민은 나이제를 복수 앞에서도 감정을 절제하고 냉정한 면모가 있는 인물로 정의했다. 이와 같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남궁민이 공을 들인 것은 나이제의 말투와 발성이다.

“감정이 끓어오르는 장면을 찍을 때에도 최대한 일상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노력했어요. 전작의 인물들이 대사를 그냥 던졌다면, 나이제는 호흡을 많이 조절해서 작게 이야기하기도 했고 일부러 흘려버리기도 했죠. 대사의 강약조절에 특히 신경 썼어요. 그런데 속삭이듯 말하려면 성대가 좋아해요. 촬영 초반엔 커피도 안 마시고, 대신 따뜻한 물을 틈틈이 마셨어요. 촬영장에서 생일을 맞았는데 스태프들이 목에 좋은 도라지즙을 선물로 잔뜩 주더라고요.(웃음)”

의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주변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과거 몸이 좋지 않아 병원신세를 졌을 때 알게 된 의사들과, 고교동창인 의사 친구의 도움이 컸다. ‘닥터 프리즈너’의 수술 장면이나, 나이제가 의사로서 활약하는 장면의 몰입도가 특히 높았던 이유다.

“앞서 의사 역할을 몇 번 해봤지만, 직업이 의사였을 뿐이고 의사로서 어떠한 행위를 해야 했던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실제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어떻게 할지, 드라마와 어떻게 다를지 생각했어요. 3년 전쯤 척추가 좋지 않아서 자주 병원을 오갔는데 그때 알게 된 의사들에게 ‘이런 대사는 이렇게 하는 게 어때?’라고 직접 물으며 작품을 준비했죠. 대사를 극적으로 강조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어요. 초반 수술 장면을 촬영하는데 ‘메스’라는 대사를 너무 드라마처럼 한 것 같아서, 그 부분만 따로 녹음했던 적도 있어요.”

나이제를 연기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고 기다렸던 남궁민은 “나이제의 과거 서사가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았던 부분은 아쉽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대사로 복잡한 사건을 풀어나가게 된 후반부엔 선민식(김병철), 이재준(최원영) 등의 역할들이 장면을 잘 살려줬다”며 함께한 배우들의 앙상블 덕분에 드라마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전엔 제 연기에만 집중했는데, 이제는 작품 전체를 살펴보려고 해요. 촬영장에서 조율이 필요할 땐 제가 나서기도 하고요. 현장의 앙상블이 드라마의 성공과 직결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결국 작품이 성공해야 그 안에 있는 캐릭터도 주목받을 수 있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특히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어요. 극 중에선 김병철 씨나 최원영 씨와 대립했지만 현실에선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논의를 자주 나눴죠.”

참여하는 작품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의 이름을 시청자에게 각인했고, 주연배우로서 숲을 보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남궁민은 연기가 여전히 어렵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연기한 지 20년 됐는데, 연기가 어렵고, 어렵고 또 어려워요. 특히 이번 작품으로 연기가 힘든 것이란 걸 다시 한번 절감했어요. 이런 고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부족한 만큼 최선을 다하는 거죠. 대사 톤 하나도 고민하고 연구해야,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연기하면 지금처럼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연기를 하지 않게 되는 그날까지 이렇게 사는 게 제 목표예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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