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식음료·의료업종 대리점이 공급업자에게 가격 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대리점에 물건을 밀어낸 후 반품을 거부하는 ‘갑질’도 차단한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식음료·의류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실태조사에서 많이 지적된 애로사항들을 당사자간 계약을 통해 해소·완화할 수 있도록 기존 계약서를 대폭 보완한 것이다.
먼저 업종 공통 신규 항목으로는 종전 계약서에서 규정하지 않던 계약기간을 최소 4년으로 설정했다. 이는 평균 거래 유지기간과 매몰비용, 회수 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
대리점이 공급업자에 공급가를 조정·요청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온라인 채널과의 가격경쟁에 놓인 대리점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재판가 유지행위 등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로 한도를 정했다.
공급업자가 기존 대리점 인근에 또 다른 대리점을 개설하거나 대리점의 영업지역을 변경할 경우 사전에 통지하거나 또는 협의해야한다. 엄격한 영업지역 제한은 허용하지 않되, 인근 대리점 개설 등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전통지·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식음료 업종은 반품 관련 분쟁이 많아 반품조건 협의·부당한 반품제한시 공급업자의 비용 부담을 규정했다. 인테리어 관련 분쟁이 많은 의류의 경우, 시공업체 선택권 보장· 리뉴얼 기간 설정과 비용분담 원칙을 설정했다.
판촉행사 비용도 분담한다. 공급업자와 대리점은 상품 판매의 촉진을 위해 상대방에게 판촉행사의 실시를 제안할 수 있으며, 판촉행사를 실시하는 경우 판촉 행사의 내용, 소요 인력과 경비, 판촉행사로 증대되는 매출액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였다.
대리점의 권리를 강화하는 개정안도 담겼다.
먼저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계약위반 사항의 시정요구를 종전 14일 이상에서 30일 이상으로 늘리고, 시정요구 서면통보도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확대했다.
불공정거래행위 유형도 늘어났다. ▲서면계약서 미교부 ▲구입강제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주문내역 확인 회피·거부 ▲보복조치 등 유형을 모두 명시하고 2가지 입법추진 과제 관련 사항도 반영했다.
재판매 위주 거래와 유통기한이 짧은 특성을 가진 식음료 업종에는 반품조건의 협의 요청권이 부여된다. 이는 ‘밀어내기’와 ‘반품 거부’를 막기 위함이다. 대리점이 각 상품별 특성에 따라 반품 조건과 기간 등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공급업자는 이에 성실히 임하도록 규정했다. 공급업자의 부당한 반품거부·제한·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공급업자가 부담한다.
의류업종은 공급업자의 특정양식의 인테리어를 요구하거나 시공업체를 지정하면서 발생하는 분쟁해소를 위해 시공·리뉴얼 기준을 마련했다. 이는 전속거래 비율이 91.2%로 높은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간 대리점들은 통일된 인테리어 양식 사용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공급업자가 지정한 업체가 비싼 가격으로 시공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공급업자는 시공 품질 관리를 위해 시공업체를 지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맞섰다.
이에 개정 표준대리점계약서는 공급업자가 시공업체를 지정하는 것을 막고 대리점이 선택할 수 있도록 2개 이상의 시공업체를 제시하도록 했다. 공급업자에게 시방서와 시공견적 등을 대리점에 제공하도록 하고, 다른 시공업체 제시를 거절할 경우에는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시공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
인테리어 리뉴얼 기간을 5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리뉴얼 요청시에도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도록 했다.
이밖에 상품 운송비용의 부담주체를 원칙적으로 공급업자로 명시하고, 분쟁 발생시 납품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인수증 교부 규정을 마련했다.
또 대리점이 대금지급 지연으로 이자가 발생한 사실을 모른 채 상당 기간이 지난 후 공급업자가 이를 한꺼번에 청구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지급 지연시 공급업자가 지연금액을 고지하도록 하였다.
계약기간을 앞두고 갱신을 거절하거나 거래조건을 변경할 경우 그 통보기간을 기존 30일 전에서 60일 전으로 늘렸다.
공정위는 이번 표준대리점계약서 개정안으로 대리점의 권익이 제고되고 분쟁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