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사전적 의미의 걸레는 ‘더러운 곳을 닦거나 훔쳐 내는 데 쓰는 헝겊’ 정도이지만, 이 단어를 비유에 사용하면 큰 결례가 됩니다. 사실 결례도 굉장히 순화한 표현이죠. 묘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간에 상식적이고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상대로 걸레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의 상식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한 사무총장은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일부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지도부의 발언을 취재하기 위해 바닥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한국당 취재를 위해 모인 기자들에게 ‘걸레질을 한다’라는 표현을 쓴 것도 황당하지만, 더욱 이해가 힘든 건 이후 나온 해명입니다. 막말 논란이 거세지자 한 사무총장 측은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 한 말”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고 인과관계도 없는 해명이지만 어쨌든 한 사무총장 측의 설명은 이렇다고 합니다. 여기 덧붙여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더 이상 오해의 소지가 없기를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최고위원 회의 후 회의장 안에서 취재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등 열악한 취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백번 양보해 한 사무총장의 발언도 말실수라 볼 수 있겠죠. 우리를 정말 분노케 하는 건 실수보다 그의 해명에 있습니다. 고생한다는 생각에 걸레질한다고 표현한다.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실수를 사과하지 않고 황당무계한 핑계를 대는 건 상대를 무시할 때나 하는 행동이고요. 여기서 상대는 당시 현장에서 비하 발언을 들은 기자들은 물론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도 포함됩니다. 한 사무총장의 신분은 국회의원이고, 그의 언행에 많은 이의 시선이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무총장이 간과한 것은 기자와 국민은 바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취재 현장에서 고생하는 기자들. 한 사무총장의 표현대로 오늘도 열심히 걸레질 중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