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벗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각종 감지센서, 실시간 원격·이동통신체계를 갖추고 탑승자와 사회가 소통할 수 있게 이어주기 시작했다. 특히 의료분야와의 접목과 진일보가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는 10일, 이스라엘의 자동차 탑승객 외상분석 전문 스타트업 ‘엠디고(MDGo)’에 전략투자를 약속하고, 미래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용 의료서비스 개발을 위해 협력하게 됐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경우 탑승자의 부상정도를 의료진과 구급대원들 제공해 정확한 초기 의료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탑승자 안전을 위한 차량설계, 최적화된 안전체계 구축, 보험 관련 분쟁요소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탑승자들의 건강상태를 자동차가 확인하고 적절히 조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건강관리가 자동차에 앉았을 때부터 목적지나 병원에 이르기까지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끝에서 끝으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큰 그림도 그렸다.
그리고 현대차가 꿈꿔온 미래가 이번 협력을 통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다. 엠디고가 이미 독보적인 AI 알고리즘을 통해 충돌사고 발생 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탑승자의 부상위치나 외상의 심각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고, 현대차 또한 자체적인 기술을 선보인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엠디고는 지난해부터 이스라엘 현지 손해보험사와 협업해 AI기반 외상분석기술을 이용한 분석자료가 즉각 인근 병원과 환자를 이송할 구급차로 전달되고, 사고현장에서 최적의 응급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지를 실증하는 사업 또한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또한 첨단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에어백이 전개될 정도의 사고 발생 시 응급센터로 사고위치를 자동 통보하는 기능을 이미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자율주행차 탑승자의 혈압과 심박수 같은 건강정보를 전문의에게 전송, 실시간으로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는 기술도 선보인바 있다.
지난 4월부터는 현대차의 주요 자동차 충돌시험 자료를 토대로 엠디고의 외상 분석기술을 접목, 탑승자의 상해수준을 예측하는 방법도 이미 검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사장은 “엠디고는 차량승객 안전분야에서 세계적인 AI 분석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고객안전’이라는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상의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엠디고와의 협업을 통해 자사 차량에 최적화된 탑승객 외상분석기술 개발하고, 고객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차량 응급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한 협업을 시작으로 향후 장기적으로는 차량 내 신기술을 활용한 건강상태 모니터링과 같은 승객 안전부문의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이자 엠디고의 CEO인 이타이 벤가드 공동대표도 현대차를 통해 “자동차와 의료를 연결하는 혁신에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와 협력하게 돼 기쁘다”면서 “기술을 통해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우리 비전을 현대차와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는 일련의 기술이 상용화 될 경우 자동차 탑승자의 건강과 안전 뿐 아니라 보험청구 프로세스를 혁신해 상호분쟁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사회적 비용도 절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엠디고의 높은 미래 성장가능성을 비교적 초기에 확인하고 지분을 확보한 만큼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