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해지는 프랜차이즈 규제… 보호장치인가 진입장벽인가

촘촘해지는 프랜차이즈 규제… 보호장치인가 진입장벽인가

기사승인 2019-06-11 03:00:00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을 마련되면서, 사업자들간의 계약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관례 등으로 취급돼 보호받지 못했던 부분을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자칫 규제가 남용될 경우 신규 창업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식음료와 의류 대리점과 관련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계약기간을 최소 4년간 보장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표준대리점 계약서를 개정·발표했다.

해당 표준계약서는 최초 계약일로부터 최소 4년간 계약기간을 보장함으로써 대리점에 계약갱신 요청권을 부요한 것이다. 가맹본사에서는 가맹점이 중대한 계약 위반을 하지 않는 이상 계약 갱신 요청을 수락하게 했다. 또 중대한 계약 위반 역시 충분한 검증을 거쳐 일방적인 계약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기존 표준계약서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간 계약기간이 규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도 통상적으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왔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권고사안이지만 강제성이 다분하다. 표준계약서 위반은 공정위 제재 판단의 주요 기준 중의 하나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위반 여부가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본사가 기존 대리점 인근에 다른 대리점을 열 경우 기존 대리점주에 사전 통지토록 했다. 엄격한 영업지역 제한은 허용하지 않되, 인근 대리점 개설 등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전통지·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대리점주가 대리점 단체를 설립하는 것을 본사가 방해하거나, 또는 대리점단체에 설립·가입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가맹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맹예치금 확대 역시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다.

업계에서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차액가맹금 공개와 단체교섭권이다. 차액가맹금이란 본사가 가맹점에 필수품목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이익)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사실상 필수품목의 원가가 공개된다. 단체교섭권은 기존 업계의 노동조합과 비슷한 성격의 단체를 설립·운영할 수 있는 권리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유독 좋지 않은 모습이 부각돼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은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하는 순환과 상생을 기본 사이클로 가지고 있다”면서 “본사와 가맹점은 상호 계약에 의한 관계인데 (현재 개정안 등을 보면) 본사에 고용된 갑과 을의 구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고 반드시 이뤄져야할 일”이라면서 “다만 과도한 보호로 성장 자체가 멈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규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신규 창업점포보다 폐업 점포가 많아지는 현재 업계 상황을 볼 때, 진입 장벽을 높여서라도 예비 창업자의 경쟁력을 높이고 보호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 창업종목인 치킨의 경우 매년 폐업률이 늘어나고 있다. 2014년 9700건이었던 치킨집 창업점포 수는 지난해 6200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폐업점포는 7600개에서 8400개점으로 증가했다. ‘데드크로스’인 셈이다.

앞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서와 가맹금 예치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가맹사업법은 예비창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포 평균 매출과 운영비용, 필수품목 내역 등의 전반적인 핵심내용을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들은 이 정보공개서를 통해 창업하고자 하는 브랜드에 대한 내용을 살필 수 있다.

가맹금 예치 의무는 예비창업자가 가맹금을 프랜차이즈 본사에 직접 납입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납입기권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간판만 차려놓고 예비창업자들에게 가맹금을 받고 폐업하는 이른바 ‘먹튀’를 막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다만 그동안 정보공개서와 가맹금 예치 의무는 매출 5000만원 이상 또는 가맹점 5개 이상 프랜차이즈 본사에만 적용돼왔다. 소규모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우 가맹금 예치 의무로 인해 사업자금이 묶여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보공개서와 가맹금 예치 의무는 사실 더 전에 마련됐어야 하는 (예비 창업주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면서 “무분별한 창업으로 야기되는 줄폐업을 막아 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모든 규제가 그렇듯 규제만을 위한 규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충분한 사전 검토와 예비시행 등을 거쳐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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