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97세의 나이로 10일 별세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이 여사가 오늘 오후 11시37분 소천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노환으로 수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최근 앓고 있던 간암 등이 악화돼 지난 3월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22년 서울 출생의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귀국 후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있다가 초대 대한YWCA 총무를 역임하는 등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다.

1962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후 그의 정치적 동반자로 함께했다. 

이 여사는 미국 망명·납치,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 내 김 전 대통령을 향했던 감시와 탄압을 함께 견뎠다.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때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국제적 구명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또한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총선·대선에 출마했을 때 찬조연설을 맡았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자 ‘퍼스트 레이디’로서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76세였다.

아동과 여성문제에 관한 관심도 아끼지 않았다. 외환위기 직후 사회단체 ‘사랑의 친구들’ ‘여성재단’을 설립했다. 2001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여성부가 처음 출범한 데에도 관여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김 전 대통령을 동행해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김대중평화센터의 이사장 자리를 맡아 대북 사업을 지원해왔다.

그는 이같은 공로들을 인정받아 미국 교회여성연합외 ‘용감한 여성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 해의 탁월한 여성상’, 무궁화대훈장, 펄벅 인터내셔널 ‘올해의 여성상’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이 여사의 장례는 가족 측의 의사에 따라 사회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와 평화당 권노갑 고문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5당 대표가 장례위원회 고문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