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류 리베이트 규제, 돌다리를 두드려야

[기자수첩] 주류 리베이트 규제, 돌다리를 두드려야

기사승인 2019-06-20 04:00:00

돌 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이 오래된 속담은 과도한 조심성을 비웃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하나의 일을 함에 있어 충분한 고민은 물론 파급력에 대한 예상이 뒷받침돼야한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다.

주류 판매장려금, 이른바 ‘리베이트’ 제한을 골자로 하는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개정안 시행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해당 개정안은 대량의 주류를 주문하는 주류도매상에게 제조업체들이 일정량의 물건을 얹어주던 관행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리베이트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일반적으로 뒷돈이나 검은 거래 등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통상적으로는 지급한 상품이나 용역의 댓가를 되돌려주거나 추가로 지급하는 행위 전반을 말한다. ‘10개 사면 하나 더’ 같은 프로모션도 넓게 보면 리베이트 행위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명확한 해석이 없었던 주류업체와 도매상간의 리베이트 범주를 명문화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세청은 개정안을 통해 주류업체가 도매상에 제공할 수 있는 금품 한도를 1% 이내로, 소매상에는 3% 이내로 제한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제공자는 물론 받은 사람까지 함께 처벌된다.

관련업계에서는 해당 고시안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성명을 내고 그간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해온 리베이트 문제를 양지로 끌어냈다며 반기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대형 주류도매상들이 독과점했던 리베이트 때문에 영세 도매업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성장 자체가 불가능했던 만큼, 동일한 경쟁선상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상당한 금액이 소요됐던 리베이트 금액을 연구개발(R&D)에 사용하거나, 소비자가격 인하 등에 돌림으로써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금 당장은 살을 도려내는 둔통이 있겠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는 것이다.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일들을 명문화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 두는 것은 옳다. 이를 통해 공정한 경쟁 토대가 마련된다는 점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나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급하게 진행해서는 탈이 나는 법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가 도매상 간 리베이트 차별에 대해 국세청에 건의하며 수면 위로 떠올렸다. 두달 뒤인 5월 관련 공청회가 열렸으며, 올해 3월이 되어서야 국세청은 일부 제조업체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그리고 불과 3개월 뒤인 7월 1일 시행된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로 인해 파급되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그 동안 주류 도매상들은 대량 주문시 추가 물량을 받아오면서 이를 납품가에 녹여 가격을 유지해왔다. 물량·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에서는 대략적으로 도매 20%, 소매 10%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1/1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10억원의 주류를 취급하던 도매상은 그간 1억원의 할인을 받아왔는데, 이 금액이 1000만원으로 줄어들고, 곧 납품가 인상으로 갈음하게 된다. 자연스레 소비자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

또한 제조업체 영업사원들이 일선 음식점 등 소매점을 대상으로 진행해오던 영업·마케팅 비용도 사실상 막힌다. 그동안 영업사원들은 물건을 납품받는 음식점 등에 메뉴판. 소줏잔, 맥주잔 등을 제공해왔는데, 이러한 지원이 끊기는 것이다. 일선 음식점에서는 해당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만큼 가격 인상요인에 더해지게 된다.

돌다리는 두드려야 한다. 조금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한 고민과 대응을 마련한 뒤에 이뤄지는 것이 맞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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