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정몽규 지배체제 강화에도 주가 급락…국민연금·운용사 물리다

HDC그룹, 정몽규 지배체제 강화에도 주가 급락…국민연금·운용사 물리다

기사승인 2019-06-21 04:50:00

HDC그룹이 지난해 6월 디벨로퍼로서 새로운 변화를 제시하며 지주사로 전환했으나 주가 하락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라는 시장 분위기와 지주사 인적 분할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HDC그룹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및 자산운용사들(KB자산운용)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손실은 노후자금의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은 표면적으로 사업 영역의 확장이지만 실제 정몽규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C그룹의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4만6750원(6월 19일 종가기준)으로 지주사 인적 분할 이후 거래가 재개된 시점(2018년 5월 2일, 7만5600원) 대비 38.16% 하락했다. 

그룹의 지주사인 HDC의 주가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 HDC의 주가는 1만5850원으로 지주사 분할 이후 주가(3만2850원) 대비 반토막 이상(51.75%) 급락했다. 이는 여타 대형 건설사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과 비교해도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HDC지주사와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 하락은 이 기업에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민혈세를 통해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초대형 연기금이라는 점에서 그 손실은 국민에게 간접적으로 전이된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과다 겸임에 따른 충실의무 수행이 우려된다”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주사 HDC에 11.29 %, HDC현대산업개발에 13.0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B자산운용도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에 각각 6.06%, 5.06% 지분을 갖고 있다.

HDC그룹의 주가 하락은 ▲정부 규제에 따른 주택경기 하락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의 개발사업 지연 ▲지주사 전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키움증권 라진성 연구원은 “개발사업들의 사업시기가 조금씩 지연되고 있어 아쉽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최근에는 내년 하반기로 지연됐다. 파주 서패동의 경우 인허가 문제가 풀리지 않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지주사 전환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하는 순환출자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 등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분할 이슈가 있을 경우에는 분할 전 주가가 오르다가 이후에는 주가가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는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제시한 HDC의 평균 목표주가(6월 19일 기준)는 2만3400원으로 1년 전 목표주가(5만4838원) 대비 57.32% 하락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재 목표주가도 6만2577원으로 1년 전(8만6000원)에 비해 27.23% 떨어졌다.

HDC그룹은 지주사 전환 이후 기관투자자의 손실은 커지고 있으나 이 기업의 최대주주 정몽규 회장의 지배력은 강화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주사 전환 이전에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지분율은 18.56%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신설되는 사업회사 보유 주식을 지주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또한 자사주도 적극적으로 매입해 왔다. 자사주 매입이란 ‘기업 혹은 오너나 경영진이 장내·외에서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현재 상법에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가 인적분할을 하면 사업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부활해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사주를 이용해서 총수 일가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경영권을 훨씬 안정화시키고 지배력을 강화시켰다. 예컨대 대한한공은 2013년 8월 인적분할, 2014년 11월 주식맞교환을 통해 조양호 일가의 지분율이 9.87%에서 30%로 세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11월에만 자사주를 3차례에 걸쳐 HDC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6일 21만주, 19일 29만주, 20일 10만주 등 총 60만주 HDC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각 거래일의 평균 매입단가는 각각 1만6719원, 1만8116원, 1만8330원으로 주식 매입 규모만 105억9763만원에 이른다. 

그 결과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에 정몽규 회장의 개인 지분은 사실상 미미하지만 지주사인 HDC가 이 회사의 지분을 각각 32.99%, 같은 계열사 HDC아이콘트롤스가 3.38%의 지분을 갖고 있다. HDC는 정몽규 회장의 개인 지분이 33.36%에 달한다. 계열사 HDC아이콘트롤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은 28.89%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이 될 경우 다수의 기업들이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대폭 상승하는 대게 일반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지주사 전환과 총수 지배 강화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최근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로 탈바꿈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춘 것이지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