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매입이 자사의 이익과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소개했지만,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우호·협력 관계를 맺어온 항공사인 만큼 한진칼의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섰다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에 힘이 더욱 실리면서 본격적인 '조원태 체제'가 막이 오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매입 배경에 대해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으며,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또 앞으로 한진칼 주식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에드 바스티안 (Ed Bastian) 델타항공 CEO는 “델타와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의 태평양 횡단 조인트벤처로서 최대 규모의 노선망, 최고의 고객 서비스 그리고 아시아와 미주를 잇는 최상의 연결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의 가치를 높이고 파트너십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구조를 보면 조 회장 일가의 우호 지분은 28.95%다. 이 가운데 조 회장이 17.84%를 보유하고 있고, 조원태 사장 2.34%,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0% 등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3%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는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15.98%로 뒤를 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델타가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면 조 회장 측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40%에 육박해져 사실상 경영권 논란이 일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탄탄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대한항공이 주도해 2000년 창설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멤버로 참여했고, 작년 5월에는 항공사 간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인 조인트벤처를 본격 시행해 양사간 미주 및 아시아 전 노선에서의 전면적인 공동운항 확대, 공동판매 및 마케팅 활동 전개, 마일리지 적립 혜택 확대 등을 통해 상호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본격적인 '조원태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의장에 선출되며 한진그룹 회장으로서 공식 데뷔를 한 바 있다. IATA 총회는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로 불릴 만큼 세계 항공 업계 관계자가 참석하는 만큼 제대로 존재감을 알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이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 부르제 공항에서 보잉787-10 20대와 보잉787-9 10대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시작했다. 도입할 항공기는 모두 30대로, 금액으로 따지면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에서 해당 기종을 들여온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며, 특히 보잉787-10 항공기는 보잉사 787 '드림라이너'의 가장 큰 모델로 연료 효율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승객과 화물을 더 수송할 수 있어 대한항공 중∙장거리 노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