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정부의 제로페이 출연금 요구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을 찾지 못한 체 서로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은행들과 가진 실무자 협의에서 제로페이 민간법인 설립을 위한 재원을 은행들이 출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중기부는 출연금을 기부금으로 처리해 주겠다며 출연을 독려했다.
제로페이는 정부와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도입한 QR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 동일 형태의 민간 서비스가 상용화된 상황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에 제로페이 운영을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민간법인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그동안 공익 차원에서 제로페이 운영을 지원해 온 은행 등 민간 회사에 요구한 것이다.
은행권은 정부의 이러한 요구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제로페이의 확대가 은행의 수익과 반대되는 상황에서 법인 설립 자금까지 은행이 책임져야 하는지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실무자 회의에서 그러한 내용이 나왔다”며 “아직 은행 차원에서 법인 설립 자금을 출연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제로페이 이체수수료를 공익차원에서 감내해 왔지만 제로페이가 카드사용 축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로페이 법인설립 자금까지 은행이 출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로페이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어 은행들도 쉽사리 출연을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 출연을 결정하지 못 했다. 검토하고 있다고도 말 못 하겠다”면서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데 다른 은행이 출연을 결정하면 입장이 난처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단 다른 은행이 어떻게 결정하는 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