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정자유기법(경혈두드리기)’을 신의료기술로 행정 예고한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결과에 따라 감정자유기법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신의료기술로 행정 예고했다. 참고로, 신의료기술평가제도란 새로운 의료기술의 안전성 및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코자 시행 중이다.
의협은 26일 한국보건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NECA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집 회장은 “경혈 두드리기가 PTSD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PTSD는 중증 정신과 질환이다. 미국의 걸프전·이라크전 등 전쟁의 현장에서 생사를 오갔던 군인들이 겪는 질환에 대해 경혈을 찾아 두드려서 증상에 호전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NECA는 의료행위에 대해 엄밀한 과학적 기준으로 신의료기술을 평가해왔다”면서 “한방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희대의 촌극을 벌이는 것인가, 근거 중심평가의 결과가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의료 수준과 대한민국 환자의 건강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행위”라며 “이런 사태를 만든 한방의료행위 심의의료기술을 평가한 소위원회는 사퇴해야 한다. 과학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소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NECA가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도 “단지 경혈을 두드리는 것만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임상적 검증 없이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로 평가됐다. PTSD 환자의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칠 수 있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15년에 NECA에서 감정자유기법에 대해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연구자의 객관적 평가 없이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평가만으로 연구결과가 보고돼 증상 및 삶의 질 개선에 타당한 근거로 보기 어려워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라고 결론 내렸다고 박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5년의 연구결과로) 감정자유기법이 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치료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어떠한 근거로 경혈 두드리기가 PTSD 환자에게 유효하다고 판단했는지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판단을 변경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경혈 두드리기가 도입되게 되면 PTSD 환자의 치료 혼란, 치료 시기 지연, 국민의료비 낭비의 책임은 NECA에 있음을 명백히 밝히며 지금이라도 신의료기술평가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대해 NECA 관계자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것은 논문을 통해 살피고 의사·한의사 등 소위원회의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했다”며 “내달 1일까지 행정예고 기간으로 의견을 받고 있다. 의협에서 의견을 준 것도 참고해 복지부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된 이후, 행정 예고된 의료기술 중 탈락한 사례가 없어 ‘감정자유기법’의 심사가 의협의 반대로 좌초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