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절반은 ‘불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나카노 노부코 일본 뇌과학자는 ‘바람난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불륜이 왜 끊임없이 일어나고 왜 우리는 불륜을 비난하는지 뇌 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불륜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위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불륜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는 끝없이 나오고 인기를 끈다. 이처럼 불륜을 둘러싼 우리의 시선은 모순적이다.
나카노 노부코는 “앞으로 인류 사회에 불륜이 사라지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류의 뇌 구조상 일부일처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저자는 최근 뇌 과학의 발전으로 성 행동(sexual behavior)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뇌 내부 물질 존재가 명확하게 밝혀졌다고 전했다.
인간이 가진 유전자 중 1개의 염기 배열만 달라져도 일부일처를 추구하는 ‘정숙형 인간’에서 ‘불륜형 인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대략 절반가량의 사람이 일부일처제에 적합하지 않은 이른바 ‘불륜형’ 유전자를 가졌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이들은 파트너에 대한 불만이 크고 이기적인 특성이 있다.
저자는 불륜형 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자는 “본래 일부일처제와는 맞지 않는 성향의 사람이 절반가량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후 세상사를 고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불륜에 면죄부를 주거나 불륜을 인정하는 사회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불륜에 대한 비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가정을 유지하는 노력을 회피하고 연애의 달콤함만 향유하는 ‘무임승차자’를 응징하려 한다는 것이다. 불륜을 응징하는 행위는 ‘정의로운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때 뇌에서는 쾌락이 동반돼 사람들은 불륜을 더욱 거세게 비난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에서 유독 불륜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도 저자는 설명했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위기를 반복해 겪다 보니 뇌의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진다.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지면 공동체 결속력이 강해지는데, 일본은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졌고 그 영향으로 공동체의 기강을 뒤흔드는 불륜에 대한 비판도 강한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했다.
한국 역시 역사적으로 아픔을 많이 겪은 나라로 공동체의 결속이 강해져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 불륜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높은 것으로 저자는 분석했다.
저자는 이러한 모순을 떠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어 결혼이나 가족의 양성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륜을 박명하거나 결혼제도를 없애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라며 이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민하고 행동하는 쪽이 더 건설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인류는 일부일처뿐 아니라 일부다처, 공동혼이라는 형태를 채택해왔다. 모든 생물의 혼인 형태는 생존과 번식에 효과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요인으로만 결정됐을 뿐 ‘불륜은 악’이라는 개념과 일부일처제가 절대 표준이 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앞으로 인류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따라 혼인 형태도 그 사회에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변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