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료 인상폭 결정 막은 '국고지원 미지급금'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폭 결정 막은 '국고지원 미지급금'

기사승인 2019-07-01 00:09:00

2020년 건강보험료율 인상률 결정이 미뤄졌다. 

정부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2020년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추가 심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번 결정이 미뤄진 것은 건강보험료 국고지원 미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건정심 회의에 앞서 노동계와 환자단체 등 건정심 가입자단체 대표들은 미지급 건강보험 국가지원금 해결 촉구와 함께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국민적 사안인 만큼 여론을 듣고 결정하는 게 마땅하다. 6월 말이라는 시한만 맞추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고, 한영수 한국노총 의료산업노련 사무처장은 “문재인 케어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국고 지원 정상화에 달려 있다. 부족분을 가입자에게 부담시켜온 것으로 국고 미지급금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겠다”라고 밝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문 정부는 당초 연 3.2% 인상한다는 재정계획을 세웠지만 이제는 연 3.49%를 주장한다.국민 부담을 올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신약·신의료기술이 비급여에서 급여로 바뀌며 재정에 큰 영향을 줬고 적정수가 보상이라는 이유로 수가도 많이 올려주고 있다. 재정부담은 커지는데 정부가 부담하지 않고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6월 말까지 건보료를 결정해야 내년 예산을 세울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번 건보료 결정만큼은 정부의 국고지원 여부와 함께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본부) 역시 ‘건강보험료를 동결하고, 미납 국고지원금 24조5000억원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본부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재정 운영방향은 건강보험종합계획을 통해 밝혔듯이 보험료율 인상률은 향후 평균 3.2%에서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재정전망은 2019년 인상 수준인 3.49%를 2022년까지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라며 “3.49%는 2012년 이래 역대 최고치로 가입자 부담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기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정부가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는 저버린 채 국민에게 보험료 부담을 전가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되며, 2020년 보험료 결정은 정부가 미지급한 국고지원금을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제시하는 3.49%의 보험료율 인상률을 기준으로 지난해 국고부담 미지급율 3.11%(2조1000억원)만 차감하더라도 2020년 인상수준은 0.38%에 불과하다”며 건강보험료율 동결을 주장했다. 

건강보험 국고보조금은 법적으로 보험료 예상수입의 20%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13년간 건강보험 법정지원금 미납액만 21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펼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3년간 건강보험 국고 미집급액만이 6조700억원에 달하며, 올해에만도 2조1000억원이 미지급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고지원율은 보험료 수입 대비 2019년 기준 13.6%에 불과하며, 이는 이명박 정부(14.9~18%), 박근혜 정부(15~16.1%) 보다도 낮다. 

정부의 건강보험료 미지금은 건강보험재정문제와 함께 국회에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수차례 지적된 사안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정부가 법정지원 비율을 지키면 2021년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흑자로, 2022년에는 누적수지가 21조원으로 예상된다”며 사후정산제도 도입 등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도 국고지원 예산에 대해 보장성 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 필요성, 재정 지속가능성 등을 감안해 올해보다 지원 수준이 확대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며, 내년도 건강보험료율도 건강보험 가입자 및 공급자가 참여하는 건정심 소위원회 심의 등 추가 논의를 통해 적정 수준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건강보험료 인상률 결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정된 문재인 케어 진행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을 평균 3.2% 내로 억제해 국민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2019년 인상률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3.49%(6.24%→6.46%)로 결정되며 많은 논란을 야기한 바 있어 또 다시 3.2% 이상의 인상율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험료율을 한번 낮게 인상하면 여파가 매년 축적된다. 지난해(2017년) 2.06% 인상으로 약 4조3000억원이 재원이 부족해져 2019년도 인상률을 3.49%로 해 보충한 것이다. 5년 평균 3.2% 보험료율 인상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3.49% 지적이 나오자 “건보료 인상률을 10년 평균 3.2% 수준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지 매년 3.2%씩 인상하겠다는 표현이 아니다”라며 “인상률을 매년 똑같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감을 통해 평균을 맞추는 것이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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