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윤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쿠키인터뷰] 윤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윤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기사승인 2019-07-06 07:00:00

가수 윤하는 30대가 되는 길목에서 지독한 ‘삼춘기’를 겪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느끼면서부터다. SNS 세상에선 트위터가 지고 인스타그램이 떴다. 음악가들은 악기가 아닌 컴퓨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윤하는 자신과 같은 시대에 있던 사람들이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향하는 걸 보며, 문득 불안해졌다고 한다. ‘내가 도태된 건 아닐까’로 시작한 물음은 ‘내가 가진 건 뭐지?’로 번져갔다. 새 미니음반 ‘스테이블 마인드셋’(Stable Mindset) 발매를 앞두고 서울 어울마당로의 와인바에서 만난 윤하가 들려준 얘기다.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5집이 제겐 중요한 계기가 됐어요. 다시 ‘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윤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년 전 낸 정규 5집에 ‘레스큐’(RescuE)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음반이 자신을 ‘구조’해줬다는 의미에서였다. 윤하는 그루비룸, 보이콜드, 다비 등 이른바 ‘요즘 세대’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또 다른 세상을 봤다고 했다. 다시 새로운 음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동안 지켜온 음악이 중요했다는 깨달음이 동시에 그를 찾아왔다. 

새 음반 제목 ‘스테이블 마인드셋’은 정규 5집 발표 이후 그가 겪은 심경의 변화를 대변한다. 윤하는 “내게도 흔들리는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불안에 관한 노래들로 음반을 채우면서도 ‘안정적인 사고’(Stable mindset)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역설적이지만, 노래 화자의 흔들림이 ‘스테이블 마인드셋’이란 제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아가 ‘그렇게 흔들려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고요.”

타이틀곡은 발라드 장르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신인 작곡가 도코(DOKO)가 쓴 노래로, 이별 뒤 흘리는 눈물을 비에 비유해 표현했다. 윤하는 “타이틀곡을 고르기 위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비가 내리는 날에는’이 뽑혔다”면서 “하늘이 주신 기회 같았다”고 했다. 윤하는 ‘비’와 인연이 깊다. 자신이 피처링한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우산’이 인기를 끌자, 비를 소재로 한 노래를 불러 달라는 의뢰가 잦았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날에는 예보 없는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했다.

윤하는 이번 음반을 만들며 “창작의 욕심은 내려놓고, 보컬리스트 역할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정규 5집을 만들 당시, 대중적 취향보다 창작의 욕심을 앞세웠던 데 대한 반성이다. 그는 “나를 사랑해주신 분들은 ‘노래하는 윤하’를 좋아하셨던 건데, 내가 그걸 간과했던 것 같다”면서 “알아듣게 설명할 줄 알아야 대화가 가능한 것처럼, 음악을 할 대도 대중성은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2004년 열여섯의 나이로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윤하는 2년 뒤인 2016년 ‘오디션’(Audition)으로 국내 가요계에도 출사표를 냈다. 피아노를 치며 당차게 노래하는 모습이 만화 주인공처럼 신선했다. 그는 “세상에 외치고 싶은 게 많고, 세상이 나를 알아주길 바라던 때”라며 웃었다. ‘기다리다’, ‘오늘 헤어졌어요’ 같은 발라드곡이 주로 히트를 했지만, 그의 안에는 여전히 비밀스러운 욕망이 꿈틀댄다. ‘내 것’을 찾겠다는 욕망이다.

“그동안 제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 사이에 괴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성장시켜가고 있죠. 제가 가고 싶은 방향과 대중이 원하는 방향 사이의 괴리를 좁혀가면서요. 이젠 내 걸 찾으려고 해요. 내가 바꾸려고 해도 바뀌지 않는 것, 내가 어떻게 꾸미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것들을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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