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이 일본의 최근 수출 규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전혀 영향이 없지만 상황 발생을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9일 LG트윈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재 품목이 주로 반도체용 소재에 국한돼 현재로서는 전혀 영향이 없다"며 "다만 수출제약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LG화학의 배터리 소재를 보면 내재화하는 경우도 있고 통상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업체 2∼3곳의 소재를 동시에 사용한다"면서 "수출 규제 확대가 현실화한다면 원료 다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영업비밀 유출' 소송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회사든지 가장 중요한 게 지적 재산권"이라며 "이에 대한 보호는 어느 회사나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신 부회장은 2024년 매출 59조원,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달성해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강한 회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라며 "올해 말이 되면 약 70%의 매출이 한국 바깥에서 일어나고, 50%의 직원이 한국 바깥에 거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을 2024년 매출 비중 30%대로 낮추고, 전지사업을 50% 수준인 31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한국과 중국시장의 비중을 70%에서 50% 이하로 내리고, 미국과 유럽 지역은 20%에서 40%로 높일 예정이다.
신 부회장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과 '고객'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기술을 상용화로 연결하는 연구개발(R&D) 혁신 ▲사업 운영 효율성 제고 ▲글로벌 기업의 격에 맞는 조직문화 구축 등 4대 중점 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R&D 혁신을 위해서는 올해 사상 최대인 1조 3000억원을 투자하고 관련 인원을 5500명에서 62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에 '린 식스 시그마'(Lean Six Sigma)를 도입해 생산성을 매년 5% 이상 개선하고, 매출액 대비 '실패비용'(공정손실·재작업·반품처리 등 비용)을 5년 내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
이 밖에 고객, 애플리케이션, 지역 등으로 세분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토론'과 '소통' 문화를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점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힘쓴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주 도쿄에서 35명을 만났고, 앞으로도 세계 각국에서 직접 채용하는 방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신 부회장은 "LG화학만의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특히 원료 채취에서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친환경 생태계를 조성하고 동시에 매출 증가를 실현하는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 부회장은 3M 수석부회장 출신으로 지난 1월 구광모 회장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인물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