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으로는 재활이 필요한 장애환자들이 대도시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9일, 병동제 방식의 요양병원 회복기 재활을 허용해야 재화난민과 지방의료 붕괴를 동시에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은 회복기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을 제대로 도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인력에 따른 지정기준과 급성기병원과 다른 재활심사기준 및 수가다. 요양병원협회는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정부가 내건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 서울과 경기, 부산, 대구, 인천 등 대도시에 편중됐다고 꼬집었다.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수도권은 3명 이상,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2명 이상 이어야하고,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40명 이하,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 6명 이하, 전체 입원환자 중 회복기 재활환자 비율 40% 이상을 충족해야한다.
더구나 정부는 급성기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에서는 ▲재활환자평가 ▲연하검사(VFSS) 수가 ▲물리·작업·언어치료 기능평가 수가 ▲산소투여시 재활수가 ▲단순물리치료 수가 등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요양병원협회는 “정부가 이 같은 현실과 의료계의 의견을 감안하지 않고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강행한다면 외래도, 수술도, 회복기재활도 대도시에 집중되는 심각한 쏠림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며 “지방 소도시에서 전문재활치료를 해오고 있는 요양병원 등 지역 재활의료 인프라를 활용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병동 중심의 재활의료기관 지정제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부가 시작한 ‘커뮤니티 케어’와 연계할 경우 환자의 불필요한 이동이나 비용증가를 최소화하며 지역사회에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운영기준에 따른 인력이나 시설 등을 다른 병동과 독립된 형태로 운영하되, 식당과 검사실, 방사선실, 원무 및 심사, 조리실 등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중복투자를 최소화하고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손덕현 요양병원협회장은 “정부 정책으로는 중소조시에서 환자 및 의료인 수급, 인건비 부담 등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면서 “재활의료기관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요양병원이 병동제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하면 시설 중복투자를 막고 커뮤니티 케어의 본질인 지역 중심의 회복기재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대한재활병원협회는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 재활을 허용할 경우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이 대거 회복기 재활시장에 진입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의 기능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수술과 급성기 입원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재활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형병원의 회복기재활 시장진입을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며 3차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병동제 참여제한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경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요양병원이 제대로 된 회복기재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은 전문의와 치료사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급성기병원과 재활수가 및 심사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더 나은 치료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대도시 회복기재활을 밀어붙이기보다 일본에서 검증된 병동제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