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외치며 사들인 ‘자사주’…실상은 보수의 ‘10분의 1’

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외치며 사들인 ‘자사주’…실상은 보수의 ‘10분의 1’

기사승인 2019-08-01 05:00:00

올해 들어 금융지주 회장들이 ‘책임경영’을 표방하며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사들인 자사주 가격은 그들이 지난해 받은 보수의 1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자금은 총 5억8980만원이다. 반면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총 51억8400만원으로, 보수 대비 자사주 매입자금 비율은 11.37%로 집계됐다.

그나마 11% 수준의 비율은 올해 지주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회장 임기를 시작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결과다. 손 회장은 올해 다섯 차례에 걸쳐 총 2만5000주를 3억5165만원에 매입했다. 그가 지난해 은행장으로 받은 보수가 8억440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받은 보수의 42%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것이다.

손 회장을 제외할 경우 보수 대비 자사주 매입자금 비율은 급격히 하락한다. 먼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1억49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이 전무했다. 조 회장이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지난해 3월로 당시 그는 자사주 2171주를 9715만원에 사들였다. 조 회장은 2017년에도 1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만큼 2년간 22억원이 넘어가는 보수 가운데 4% 정도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들어 자사주 1000주를 4305만원에 매입했다. 윤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14억3800만원으로, 보수의 2.99% 만큼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 다만 윤 회장은 2017년 17억원2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지난해 3억6900만원(11.75%)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이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7억53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올해 들어 1억9510만원(11.12%)어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해에는 2017년 받은 보수 12억4200만원 가운데 6259만원(5.03%) 어치 자사주를 구입했다. 김 회장은 윤 회장과 반대로 올해 자사주 매입이 늘어난 상황이다.

한편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시가 기준으로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은 김정태 회장으로 나타났다. 그가 보유한 총 자사주는 5만8000주로 20억원(30일 종가기준) 규모에 달한다. 이는 김 회장이 2008년 하나은행장을 거쳐 2012년부터 지주회장을 역임하는 등 오랜기간 CEO로 활동한 영향으로 보인다. 

뒤이어 CEO 활동 기간이 긴 윤종규 회장도 9억1000만원(2만1000주) 상당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각각 5억2560만원(1만2000주), 5억2586만원(4만296주)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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