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다간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두고, 정부는 결국 빈 손만을 내민 모양새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시한 시간당 859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7% 인상한 것으로, 2018년 16.4%, 2019년 10.9% 보다 확연히 낮은 숫자다.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적용할 경우 월 환산액은 179만5310원이다. 이 최저임금은 업종에 상관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노동자 생활안정과 경제·고용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판단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결과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자 노동부는 같은 달 19일 관보에 게재하고 주요 노사단체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았다. 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표결과정의 내용상, 절차상 문제가 많아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으나, 노동부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 9명은 모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경영계의 요청도 묵살됐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중 4~5인 미만을 오가는 사업장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경영계는 영세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최저임금 인상에 취약한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을 단계 적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년간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폭을 영세상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역시 이번 최저임금 의결에 반발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 어려움의 근본적 해결은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아닌 차등화와 주휴수당 문제 해결에 있다’고 주장했다. 2018·2019년 대비 최저임금 인상폭은 적지만,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땜질식 처방이라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서민을 범법자로 내모는’ 사회적 갈등을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것은, 하나의 정책은 하나의 여파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물결처럼 이 파동은 점차 번져나가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한다. ‘경영계’, ‘사용자’라는 말은 마치 거대자본과 권력처럼 느껴지지만, 집 앞 골목에 있는 함바집도 이에 포함된다. 소상공인들 역시 서민이며, 그들의 삶 역시 민생(民生)이다.
각각의 이견이 대립하는 와중에, 내년도 최저임금은 확정됐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쥔 쪽은 없다. 모두가 패배한, 상처뿐인 결과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