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별세한 고(故) 이희호 여사의 장례비용 지급문제가 법적다툼으로 번질 전망이다.
앞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추모식에 쓰인 꽃 제단 비용 1000만원, 음향기기 비용 500만원, 기타 행사비용 포함 총 4500만원이 지금까지 미납상태다. 그로 인해 50여일이 지난 최근까지 이 여사의 추모식 영정사진은 업체에 방치돼야했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데는 김대중평화센터의 장례비용 집행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여사의 장례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회장으로 치러지게 됐고, 정부는 장례규모 등을 감안해 국무회의를 거쳐 장례보조금 1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문제는 해당 지원금이 생전 이희호 여사가 센터 운영 등 공적활동에 사용해온 통장으로 입금되며 발생했다. 해당 통장을 관리해온 김대중평화센터는 정부 지원금으로 장례비용을 지급하면서도 추모식 비용은 부담할 수 없다는 결정을 이사회를 거쳐 통과시켰다.
결정 근거는 추모식의 진행과 그 비용 산정에 센터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안건 상정 및 의결 과정에서 2대 이사장이었던 이 여사의 뒤를 이어 3대 이사장에 오른 차남 김홍업 씨는 배제됐고, 이사회 결정사항만이 통보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장례절차를 주도했던 설훈·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장례집행위원회 공동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7일 “이 여사의 명예에 누를 끼치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친 업체 관계자들, 상심이 클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일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회장 비용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앞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부와 국민에 대한 도리라 생각해 그간의 과정과 입장에 대해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유족인 차남 김홍업 이사장과 삼남인 김홍걸 상임의장의 동의를 얻어 장례준비위원회가 함께 추모식을 거행했고, 정부는 지원의 취지로 장례비용 1억원을 유족에게 지급했지만, 김대중평화센터 김성재 상임이사가 사회장 비용에 대한 지급을 막았다. 유족과 준비위원회의 수차례에 걸친 지급요구에도 지급을 개인적 이유를 들어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과 장례준비위였던 설훈·김한정 의원은 이에 “김대중평화센터는 장례위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유족을 대신하는 곳도 아니다. 모든 장례절차는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장을 정한 것도 유족의 뜻이고 정부의 장례보조금 지원도 이를 감안해 정해졌고 지급됐다. 김성재 상임이사 개인이 결정할 수도 없고 결정해서도 안 된다”면서 “개인의 잘못된 결정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고인의 명예가 더 이상 실추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문제가 원만하고 조속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유족들은 추모식에 참여한 업체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미지급된 4500만원을 우선 사비로 지급하고 센터와의 장례비용 문제는 계속해서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례준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아 소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적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한편, 장례준비위원회로 참여했던 의원들과 유족의 뜻에 대해 김대중평화센터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추모식 비용 미지급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듣고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들은 끝내 응답을 하지 않아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