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 日 전범기업 투자 4634억원…사회적책임투자 원칙 '무용지물'

한국투자공사, 日 전범기업 투자 4634억원…사회적책임투자 원칙 '무용지물'

기사승인 2019-08-09 14:22:41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사회적책임투자(스튜어드십코드) 원칙을 마련했음에도 일본 전범기업에 4634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책임투자는 해외기업 투자 시 수익성과 같은 재무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원칙을 말한다.

8일 KIC가 김경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원미갑)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도 이를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한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KIC의 투자액은 4억1200만달러(원화 4634억상당, 2018년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 1026억달러(원화 115조원)을 위탁받아 해외의 주식·채권·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우리 대표 국부펀드로 현재 투자운용액은 1445억달러(원화 173조원) 수준이다.

KIC의 일본기업 주식 투자 총액은 34억3000만달러(원화 3조8600억원)로 전체 해외주식투자액 464억달러(7.4%)이다. 이 가운데 4억1200만달러(12.01%)가 전범 기업에 투자된 것.

일각에서는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두고 KIC가 과연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KIC는 과거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영국 레킷벤키저(한국옥시의 본사)와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과 같은 비윤리적 기업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국부를 투자했던 바 있다. 

이를 계기로 KIC는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해외기업 투자에서 수익성과 같은 재무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을 수립·공포했다.

KIC가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을 마련하고도 전범기업에 계속해서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던 원인은 사회적책임투자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해외 국부펀드 중 노르웨이 GPFG(정부연금펀드), 네덜란드 ABP(공무원연금)는 무기제조·담배생산 기업,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및 토착원주민 권리 침해 기업을 투자 배제기준으로 정하고 있어 한국의 풍산, 한화, KT&G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KIC는 자체 수립한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을 통해 ‘투자대상 기업에서 중대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가 확인되면 의결권 행사, 주주 관여 등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 의원은 이를 계기로 9일 KIC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일명 ‘일본 전범기업 투자 제한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일제 강점 시기 750만명의 우리 국민이 일본과 전범기업들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전범기업들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마당에 국부펀드가 사회적책임투자의 원칙마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투자수익에만 골몰한다는 것은 후손된 입장에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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