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주요 보험사의 실적이 부진했던 원인으로 예상 수익과 실제 수익 차이인 예실차가 꼽힌다. 예실차를 방어한 보험사들은 건전성 악화를 피했다. 증권가는 올해 연말에도 예실차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보험업계와 증권가 취재를 종합하면, 1분기 주요 보험사는 예실차 영향이 제한적인 곳과 큰 곳으로 나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은 예실차 영향이 적었던 반면 현대해상, 한화생명, 동양생명은 전체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
보험손익 예실차가 손실(음수)로 전환되면 예상보다 보험금과 비용이 커져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익(양수)으로 전환되면 예상보다 보험금과 비용이 적어 수익이 늘어난다. 보험사는 미리 보험료를 받고 미래 지급할 보험금을 예측해 자산과 부채를 계산하는데, 이 계산이 빗나간 것이다.
하지만 예실차가 악화돼도 보험사가 수익 저하 없이 이를 흡수하는 경우가 있다. 투자손익을 늘렸거나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조정 이익이 발생할 때다. 회계제도 변경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환입이 예실차보다 크더라도 가능하다. 전년 실적이 나빴다면 기저효과를 누리는 방법도 있다.
올해 1분기 보험손익 예실차를 보면 삼성생명 예실차는 -630억원 으로 전년 동기 -1260억원 대비 개선됐다. 삼성화재 예실차는 -10억원으로 전년 동기 640억원에서 적자 전환됐다. DB손보 예실차도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40억원에서 적자가 됐다.
삼성생명은 투자손익(16.5%) 성장으로 예실차 손실을 회복했다.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조정액(-100억원)도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삼성화재는 실손보험 요율 인상으로 환입된 비용이, DB손보는 연령별 손해율 반영에 따라 발생한 환입액이 예실차를 상쇄했다.
반면 일부 보험사에서는 예실차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해상의 예실차는 -980억원으로 전년 동기 -400억원보다 2배 이상 악화됐다. 한화생명 예실차는 -29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010억원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동양생명 예실차는 -1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들 보험사에서는 예실차에 더해 다른 이익도 감소했다. 현대해상은 연초 부채 할인율 인하 등 제도 개선 영향으로 평가자산이 9200억원 이상 감소했고, 지난해 동기 일시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환입의 기저효과로 낙폭이 더 컸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가정 조정 영향으로 CSM이 각각 3300억원, 1200억원 줄어들었다.
문제는 예실차 악화로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실차를 방어하지 못한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도 비교적 낮았다. 동양생명은 120%대, 한화생명은 155%, 현대해상은 159.4%였다. 예실차를 방어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삼성생명 180%, 삼성화재 266.6% DB손보 204.7% 등으로 비교적 높았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말에도 주요 보험사의 보험손익 예실차가 비슷하거나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예실차가 4분기 -2740억원 규모로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생명 예실차도 4분기 -310억원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권가는 이들 보험사에 자본 건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에 대해 “지상과제는 수익성이 아닌 자본관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고, 현대해상에 대해서도 “자본비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설 연구원은 한화생명에 대해 “금리 등으로 높은 자본변동성이 지속 나타나고 있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자본 확충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시장 금리 하락으로 포트폴리오상 금리 변동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보험사의 경우 가용 자본이 크게 감소했다”며 “관리가 어려운 면이 있지만 보험사가 금리 충격에 대해 잘 대비하고 있는지 중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