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야 준다’는 이주노동자 퇴직금 “개념 아예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

‘한국 떠야 준다’는 이주노동자 퇴직금 “개념 아예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

기사승인 2019-08-12 17:36:36

지난 2014년 개정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수령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에서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실태조사 발표회가 열렸다. 발표회에는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등이 참여해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수령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토의했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퇴직금 개념을 아예 모르는 이주노동자도 많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며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적인 퇴직금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문제가 된 법률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 제13조(출국만기보험·신탁) 3항이다. 해당 조항은 “출국만기보험 등의 가입대상 사용자, 가입방법·내용·관리 및 지급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지급 시기는 피보험자 등이 출국한 때부터 14일(체류자격의 변경, 사망 등에 따라 신청하거나 출국일 이후에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일부터 14일) 이내로 한다”는 내용이다. 

출국만기보험은 이주노동자를 위한 퇴직금 제도다. 영세한 고용주가 이주노동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마련한 이주노동자 전용 제도다. 고용주는 최초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노동자 월 통상임금의 8.3%이상 금액을 매달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사업자(삼성화재보험주식회사)에 보험료로 적립한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때 적립된 금액의 총액을 지급한다. 이주노동자에게는 출국만기보험금이 곧 퇴직금이다.

문제는 출국만기보험금이 실제 이주노동자가 받아야 할 퇴직금 총액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잔업 및 특근 수당, 최저임금 인상, 재직기간 등으로 출국만기보험금과 실제 받아야 할 퇴직금 사이에 발생하는 차액(잔여퇴직금)은 노동자가 별도로 회사에 청구해야 받을 수 있다.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지난 2~3월 조사에 따르면 취업활동기간만료로 출국하는 이주노동자 149명의 법정 퇴직금 총액 중 44.7%가 잔여퇴직금이었다. 

그러나 이주와인권연구소의 지난 4~7월 조사 결과 퇴직금 산출법, 출국만기보험제도, 잔여퇴직금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이주노동자는 712명 중 23명(3.2%)에 불과했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원은 “퇴직금 수령 절차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출국 뒤에 적극적으로 잔여퇴직금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실제로 받아야 하는 퇴직금을 제대로 수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퇴직금 지급 시기에 대한 지적도 있다. 당초 이주노동자 퇴직금 지급기한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 후 14일 이내'로 한국인 노동자와 같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2월 31일 당시 새누리당 김학용, 김성태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고용허가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출국 후 14일 이내’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는 퇴직금을 출국 당일 인천공항 출입국장 또는 출국 이후 지급받고 있다.

당시 개정 이유는 “지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하고도 출국하지 않는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해당 법률은 지난 2014년 1월 28일 개정, 같은해 7월 29일부터 시행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무비자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 2016년 12만2000여 명에서 지난 2018년 19만5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박다혜 변호사는 “잔여퇴직금이 존재하고, 이를 수령하는 방법을 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사용자가 잔여퇴직금 지급을 거부할 시 진정 절차를 밟는 방법을 이주노동자가 숙지하고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수령 시기를 내국인 노동자와 달리 ‘출국시’로 규정해 법률이 노동자의 퇴직금 수령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미루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다. 또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성격이 있는 법률이다”고 지적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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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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