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무궁화·국가(歌) 지키자’…국회 애국 입법 움직임

‘태극기·무궁화·국가(歌) 지키자’…국회 애국 입법 움직임

기사승인 2019-08-13 05:00:00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일정서가 확산되고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국민 애국심이 고취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도 애국과 관련한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태극기 게양을 의무화하는 ‘태극기 기억법’‧무궁화를 국화로 지정하는 ‘나라꽃 법률안’ 등 관련법이 발의돼 계류중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안익태 작곡 애국가 불러야 하나’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 발코니와 함께 사라진 태극기…게양 시설 설치 의무화=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최근 태극기 게양 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태극기 기억법)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발코니가 없어 국기꽂이를 설치할 수 없는 주택의 경우 각 동의 출입구에 국기꽂이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대통령령 규정 국기꽂이 설치의무 조문에 따르면 발코니 등 난간을 설치하는 주택에는 각 세대마다 1개소 이상의 국기꽂이를 난간에 설치하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발코니를 없앤 뒤 실내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국기꽂이를 설치의 법적인 의무가 사라진 상황이다.

송 의원은 “‘태극기 기억법’은 태극기 게양의 의의를 되새기고 나라 사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취지”라며 “국기를 게양할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법안은 현재 소관위 접수만 마친 뒤 계류된 상태다.

◇ 무궁화, 우리나라꽃 아냐…영국 등도 관습적 지위만 부여=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지정할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최근 ‘나라꽃무궁화 전국 축제’에 참석해 “대한민국은 세계 꽃 대회에서 무궁화를 출품하지 못했다. 나라꽃으로 지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법률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무궁화를 국화로 관리하자는 법률안은 16‧18‧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3건이나 발의됐다. 모두 소관위인 행정안전위 법률 심사소위에 상정, 논의됐으나 세부조율 과정에서 의견 차가 발생해 계류중이다.

정부‧여당측은 무궁화를 국화로 법에 명시하자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선언적 의미 이상의 내용을 담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화는 국기‧국가(歌)와 달리 실질적인 형상이 있는 자연물이기 때문에 영국(튤립) 등 다수 외국의 경우에는 관습법에 따르고 있다는 것. 

또한 2017년부터 시행된 ‘무궁화 관리법’에 따르면 무궁화 보급‧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산림청장이 무궁화 진흥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실태조사를 하고 있어 일부 내용이 중복된다고 했다. 

이에 홍 의원은 13일 전화통화에서 “무궁화는 대한민국 꽃으로 이미 수백년 간 지위를 지켜왔다. 각국 나라마다 다 꽃이 있는데 우리만 꽃이 없다. 독립의 상징이자 민족 사랑이 얽힌 이 무궁화를 왜 나라꽃으로 못하나”라며 “9월 정기국회에서 어떻게든 통과시키겠다”라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 “친일파 안익태 작곡 애국가 불러야 하나” vs ”반일몰이 이용 말라=한편 국기‧국화에 이어 국가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도 있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인택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하나’ 공청회를 열었다.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행적 논란을 소개하고 애국가 가창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들어보자는 취지다. 안 의원은 이날 “한일 경제 갈등이 고조되는 경제전쟁 국면이지만, 이번 기회야말로 친일 잔재를 청산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문제삼은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행적은 과거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에키타이 안’이라는 일본 이름으로 활동하며 일왕 찬양 음악을 작곡‧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연주한 사실이 발견돼 친일 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올랐다. 일본‧만주국과 나치‧무솔리니를 기리는 내용의 곡 ‘만주환상곡’을 작곡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일부 학계에서 안익태를 친일인사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 친일행각에 대한 결론을 맺지 못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반일몰이에 애국가까지 이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안익태에 대해서는 친일이라고 애국가 부르지 말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적 기준”이라며 “반일몰이에 애국가까지 이용하는 행태는 대한민국만 위태롭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은 2014년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 위배’를 이유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을 거론했다. 그는 “통합진보당도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고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고 했다. 안 의원은 애국가에 대해여 부르지 말자고 공청회를 열었는데 이건 우연일까”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엄예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