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는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니까요.”
위 발언에 등장한 '그 나라'는 다름아닌 대한한국이다. 국내 일본 불매운동 여론을 조롱하기 위해 한 일본인이 한 말이다. 해당 ‘혐한 발언’은 일본 화장품 브랜드 디에이치씨(DHC) 자회사 DHC텔레비전을 통해 전파를 탔다. ‘클렌징 오일’ 등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브랜드였기에 DHC의 혐한 방송은 소비자들에게 큰 배신감으로 다가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DHC코리아 측은 13일자로 김무전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식 사과문이 발표되던 날에도 해당 채널 뉴스프로그램 '도라노몬뉴스'에서는 또 다시 한국을 조롱하는 방송이 이어졌다. 또 DHC코리아가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일본 DHC 본사와 협의없이 발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결국 허울뿐인 사과이자 단순 입장문 발표라는 지적이다. DHC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와 비판은 더 높아지고 있다.
DHC의 한국 비하 논란은 지난 12일 촉발됐다. DHC텔레비전에 출연한 아오야마 시게하루 자민당 의원은 “1950년대 초반 한국이 독도를 멋대로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1951년부터 한국이 독도를 자기네 것으로 해버렸다”며 “일본이 되찾기 위해 싸움을 건 적은 없고, 말로만 했다. 위안부 문제도, 레이더 발사 문제도 일본 측이 싸움을 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앞선 10일에도 “일본 덕분에 한글이 탄생했다”라는 등 막말이 난무한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DHC코리아가 발표한 사과문의 핵심은 한국을 비하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해당 방송 중단을 본사에 요창하겠다는 것이다.
“본사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채널로 저희는 어떤 참여도 하지 않고 있으며 공유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과거의 발언을 포함한 DHC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앞으로도 반대의 입장으로 이 문제에 대처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립니다. 또한 한국, 한국인을 비하하는 방송을 중단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금번 문제에 대해 국민, 고객, 관계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DHC코리아 김무전 대표이사의 공식 사과문 일부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12일 공식 SNS에 혐한 방송을 지적하는 댓글이 달리자 DHC코리아는 댓글 기능을 차단하는 대응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공식 입장에는 일본 측의 사과는 담기지 않았다. 혐한을 방지할 만한 추후 대책도 볼 수 없었다.
DHC 관련 기사와 SNS에는 “끝까지 조롱하고 나가보겠다 이건가? 저 회사 뿐 아니라 일본 제품 모두 불매를 넘어서 완전히 퇴출시켜버려야 된다”, “답은 딱 나왔다. 완전 퇴출”, “진짜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일본은 가지도 말고 일본 물건 사지도 맙시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DHC코리아의 사과문 발표 당일 DHC텔레비전 관계자들이 한국 내 비판 여론을 조롱한 것도 소비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우익 정치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는 ‘한국인의 60%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국인은 하는 짓이 어린아이 같다. 한국이 뭘 하든 일본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 한일 사이 이런 일이 생기면 한국 손해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자가 본인의 생각에 근거해 견해와 주장을 말하더라도 문제가 무엇인지, 사실관계가 무엇인지는 기본은 지켜야 하는것 아닌가라고 말한다면 과한 기대인 것일까? 상식적인 기대조차 못하게끔 혐한 일색의 말과 주장을 내뱉는 일본의 방송인이자 정치평론가가 결국 DHC라는 기업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일지 의구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DHC 본사는 그 어떤 사과나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고, 해당 방송에서는 여전히 한국을 조롱하고 비하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DHC의 한국 비하 논란이 불거진 된 13일 사과문을 통해 DHC코리아 측은 ‘공유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혐한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DHC코리아의 현실이라면, 사과문 속 혐한 방송 중단 요청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에게 받았던 관심과 애정을 혐한으로 되갚는 브랜드가 된 DHC. 국내 소비자들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수 있는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에서 소비자들로부터 받았던 애정에 대해 최소한의 기업윤리를 지키기 위한 진심어린 사과의 시간은 남아 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