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둘러싸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마찰이 계속 되고 있다. 최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행안부 의견을 사실상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해 실무적인 반영이 이뤄졌음에도 행안부가 공문까지 보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표했다. 행안부가 두 차례에 걸쳐 “국민과 시민의 폭넓은 이해를 구하는 절차 없이는 시와 더 이상의 추가 협의가 어렵다”는 공문을 보낸 데에 따른 반박이다.
서울시 입장에서 행안부의 이 같은 주장은 시 말대로 납득하기 어렵고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시는 행안부의 반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시 입장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행안부의 반대 이전에, 광화문광장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서울시의 설계 공모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그에 따른 반대도 많다. 실제 현재 설계안은 당초 2017년 5월 시민과 전문가로 꾸린 광화문포럼이 제안했던 안과 상당부분 달라져 있다.
당초 안은 경복궁 앞부터 세종문화회관까지를 한번에 보행할 수 있는 하나의 광장 형태였다. 하지만 공사비 등의 문제로 당초 안은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절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절충안에 따르면 광화문광장과 경복궁 앞은 지금처럼 단절된 채로 남아 당초 취지와 부합하지 않게 되는 것. 원안에서 절충안으로 바꿀 때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이나 시민단체 측에서는 해당 사업을 두고 ‘졸속추진’이라는 합리적 비판을 가해오고 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을 재구조화하려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등 논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관련된 자료를 시 측에서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는 여전히 행안부가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는 등 동문서답으로 대응하고 “일정대로 차질 없이 강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시는 최근 일본 경제보복 등의 문제를 엮어 ‘애국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이 역사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분명 크지만, 그와 함께 현재 시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시는 긴급브리핑 날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 아베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 온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해당 사업은 불의에 맞섰던 광장을 보다 온전하게 시민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와 함께 일제가 훼손해놓은 광화문 월대, 의정부터 등 역사를 복원한다는 시대적 의미를 가지는 사업”이라고 해당 사업의 의미를 피력했다.
설계안에 포함된 정부서울청사 부지의 소유권자인 행안부가 서울시 일정에 따른 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한 만큼 향후 두 기관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으면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금이라도 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업적 세우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행안부 말마따나 시민들과 이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이들의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