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 식품들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좋은 품질과 다양한 현지 마케팅을 통해 K-푸드를 뿌리내리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대(對) 러시아 수출규모는 수년 새 크게 늘었다. 2015년 3465억 달러 2016년 287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이상 줄었던 러시아 수출액은 2017년 3598억 달러, 2018년 4521억 달러로 2년 연속 25% 이상 증가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 식품 수출에서 9번째로 비중이 높은 국가다. 코트라는 또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 등으로 대표되는 극동 러시아 수출품 중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부문으로 음료와 주류를 꼽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레쓰비는 러시아 탄산음료와 캔커피 시장에서 90%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과 버스정류장 등에 자리하는 소규모 매점식 점포에서도 밀키스와 레쓰비를 만날 수 있으며 대형 마트에는 이른바 골든존에 자리잡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11가지 맛이 진열돼 있다.
지난 10일 찾은 블라디보스토크 대형 쇼핑몰 ‘칼리나몰’에는 한국 식품 전용 매대가 따로 마련돼있었다. 러시아에서 용기라면의 대명사로 불리는 팔도 도시락 외에도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대상 맛김치, 하이트 맥주 등도 쉽게 눈에 띄었다.
팔도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2005년 21억루블(한화 약 382억6200만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루블(1822억원)을 돌파했다. 러시아 시장 내 누계 판매량은 45억개로 국내 판매량의 7배에 달한다. 현재 도시락(DOSHIRAK)이라는 법인에 총 10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러시아 지역 특색과 잘 맞는 하이트 맥주의 블라디보스토크 영업망을 도소매·주류 판매점까지 확대했다. 2016년 8만 상자에 그쳤던 러시아 내 맥주 판매량은 지난 3년간 연평균 98.8%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140% 이상 성장했다. 하이트 맥주는 러시아 내 수입맥주 비중 중 2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 시장에서 국내 제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 식품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철저한 현지화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팔도 도시락의 경우 러시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매운 맛을 줄이고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치킨 맛’을 개발해 제품에 반영했다. 또 젓가락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을 위해 용기 안에 미니포크를 넣은 점도 현지화 성공의 요소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도 현지화의 대표 사례다. 러시아 전통음식인 ‘펠메니’는 한국 만두와 비슷하지만 만두피가 두껍고 고기만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러시아 사람들이 익숙한 식감을 살리면서도 한국식 만두의 장점을 접목해 제품을 개발했다. 펠메니가 고기로만 만든다는 점을 감안해 채소를 섞어 넣지 않고 야채즙을 넣어 식감을 유지했으며 주로 끓여먹는 러시아인들의 식습관을 감안해 끓는 물에서도 만두피가 터지지 않도록 개선했다. 실제 블라디보스토크 내 판매 채널인 ‘레미’ 등에서 비비고 만두는 펠메니와 함께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알렉산드르(31)씨는 “롯데, 팔도 등 한국 기업이 질 좋은 제품을 잘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해 사랑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