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에 대해 미국 언론이 “한미일 동맹 균열의 승자는 북한과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CNN은 23일 ‘악화하는 한일 싸움에서 북한과 중국이 커다란 승자(huge winners)’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전하면서 한일 균열이 북한에 대응한 안보 협력을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중국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N은 전문가들이 오랜 동맹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관심이 미국의 적들에게 이런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또 다른 사례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중국과 북한은 오랫동안 한미일 삼각 동맹을 훼손하고 동북아에서 미군의 주둔을 줄이려고 노력해왔다”며 “삼각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는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해 서로 불신이 깊은 한일 관계”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중재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무시했다고 비판해왔다”고 꼬집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CNN에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든 정보의 이동에 있어 훨씬 덜 효율적”이라고 우려했다.
방송은 또 역내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더 대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섬(센카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주한미군에 배치된 탄도탄 요격미사일인 사드(THAAD)를 놓고 한국에 압력을 가해왔다.
CNN은 역사적 반감에도 한일 군사 관계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에 미국이 전통적으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역할을 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이 감소하고, 동맹이 약화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는 기회”라며 “미국의 전략에 대한 도전이자, 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이 줄어드는 상징으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도 2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지소미아 갈등과 관련해 CNN과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NYT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급속히 확대된 무역전쟁이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을 포기하는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미국은 오래전에 개입해 싸움을 말렸어야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북한을 제외하면 모두가 지는 싸움”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