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따이공(중국 보따리 상인)으로 재편된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 4년 전 6개에 불과했던 서울의 시내면세점은 현재 13개까지 불어났다. 면세점 수가 늘어나는 만큼, 따이공을 유치하기 위한 국내 면세업계의 출혈 경쟁은 날로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싱가포르 창이공항 담배·주류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참여했다. 창이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기준, 공항 이용 여객 수가 6489만명으로 세계 국제 공항 중 7위를 기록할 만큼 이용객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이번 입찰은 롯데, 신라와 함께 독일계 하이네만 3곳이 삼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글로벌 면세업계 2위인 롯데면세점은 현재 인천공항에서도 주류·담배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롯데면세점 측은 다양한 해외점 운영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롯데는 2012년 국내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뒤, 베트남 하노이 공항점, 호주 브리즈번 공항점, 미국 괌 공항점 등 해외에서 1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3위 업체인 신라면세점은 기존에 창이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노하우에서 타 업체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2014년부터 창이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면세사업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말 사업권 운영 기간을 2022년까지 2년 더 연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라면세점은 일본과 홍콩, 태국 등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롯데와 신라가 해외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내 면세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급격히 늘어난 면세점에 최근에는 한화 갤러리아가 “면세시장 왜곡”을 외치며 면세사업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국내 면세시장에서 미래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이에 대기업인 한화도 결국 버티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국내 면세업계는 사드 사태 이후 사라진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신해 따이공에 의존하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수수료’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업계는 면세점 고객의 70% 이상을 따이공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따이공은 국내 면세업계의 잠재적 불안 요소로 꼽힌다.
최근에는 정부가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 방안을 밝혀, 업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과포화인 상황에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면세점이 더 늘어나면 앞으로 ‘치킨게임’이 불가피하다는 것. 정부에 따르면, 서울의 시내면세점은 올해 총 16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4년 전인 2015년(6개)와 비교할 때 무려 3배 증가한 숫자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자율경쟁체제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대형 면세 업체 관계자는 "살아남은 업체는 남기고, 뒤처지는 업체는 자연스럽게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볼수도 있다“면서 ”중국 단체관광객의 귀환이 아직 더딘 상황에서, 한정된 파이를 나눠야 하는 만큼 기존 업체 입장에선 반길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국내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가 상반기 12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따이공에 의한 것으로 수익성이 좋다고는 할 수는 없다”면서 “국내서 중국 관광객만 바라보기엔 위험 부담이 커, 시장 상위 업체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뚫으며 수익 다각화에 나서는 상황”라고 분석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