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 변경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2회 기초자치단체가 지정한 날 문을 닫아야 하지만, 올해는 최대 대목인 추석 전주 일요일이 의무휴업일과 겹치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사가 운영하는 전국 406개 점포 중 현재 110여 곳만 추석 전주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로 변경했다. 이외의 대다수 점포들은 8일 등 추석 직전에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지자체들과 협의 중인 상태”라면서도 “의무휴업일을 옮기지 못하면 매출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업계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오는 8일인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인 13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그동안 의무휴업은 명절이 다가오는 시기면 어김없이 논란이 됐다. 지난해에는 추석 전날이 의무휴업일 이었다. 당시도 대형마트의 요청으로 일부 지역은 의무휴업일이 변경된 바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은 지자체와 유통회사, 상인회 등의 합의가 진행되면 휴업일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형마트가 시장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은 여전했다.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을 두고도 마트업계와 노동계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계는 그동안 마트 노동자의 명절 휴무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추석 당일 휴무를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수원시가 추석 당일로 의무휴업일을 바꾸는 것에 찬성하자, 이에 강력히 반발해 수원시가 이를 번복한 일도 벌어졌다.
마트노조 측은 “그동안 명절 당일 하루만이라도 쉬게 해달라고 요청해 왔는데, 이번엔 직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명절 전 일요일이 의무휴업일이라는 이유로 바꿔준다 한다"면서 "이는 의무휴업을 정한 법적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처사로, 매출을 위해 한시적으로 휴업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명절 당일 휴무 요청을 들어줘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 속에 마트업계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아 진땀을 빼고 있다. 유통업계의 무게 추가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매출은 계속 바닥을 향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지난 2분기 29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신세계로부터 법인이 분리된 후 처음이다. 롯데마트 역시 적자가 확대한 상태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시행한 규제책을 놓고 형평성 문제가 떠오르기도 했다. 과거 대형마트가 많은 이익을 낼 당시 강화했던 규제들이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들이 쿠팡 등 이커머스만 웃음 짓게 만들고,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쇠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의 규제로 사실상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재래시장이 아닌,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 판매 채널들이었다”면서 “과거 대형마트가 높은 이익을 올리던 시절 만들어진 유통 규제 관련법들이 변화한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