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 대응을 두고 입장차를 보였다. 정부는 현재 물가 흐름이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준은 아니지만 경기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를 관장하는 기관인 한은 역할을 강조한 것. 이에 한은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응수했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3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최근 물가동향 등 거시경제 여건과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기재부에서는 김용범 제1차관이, 한은에서는 윤면식 부총재가 참석했다.
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저물가 지속현상을 두고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 차관은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의 일시적 변동성 확대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저물가 상황은 수요 측 요인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물가상승률은 1년 전보다 0.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부터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 차관은 “당분간 공급 측 요인 기저효과가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은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 된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저물가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활력을 추가로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도 우려했다.
이에 윤면식 부총재는 “한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내년 이후에는 1%대로 높아질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부총재는 다만 저물가는 긴 시계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총재는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는 한은은 일시적, 단기적 물가 변동요인과 함께 보다 긴 시계에서 물가흐름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저인플레이션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은 유례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오래기간 화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차원에서 장기간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경기 순환적 요인뿐만 아니라 글로벌화 기술진보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확대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부총재는 또 “최근 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글로벌 차원에서 구조변화와 이에 따른 추세적 물가흐름 변화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고 받아쳤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