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 공급망 ‘타격’…“모두가 두려워한 사태”

사우디 원유 공급망 ‘타격’…“모두가 두려워한 사태”

기사승인 2019-09-15 09:37:24

이란과 긴밀한 관계인 예멘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을 14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원유 생산 절반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터졌다.

이날 연합뉴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밤 공격으로 불이 난 석유시설 가동을 당분간 중단한다”면서 “이로 인해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예멘 반군은 앞서 사우디 내 군 기지, 공항, 석유시설 등을 무인기와 미사일로 공격했지만 경고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제 유가가 요동칠 만큼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사우디가 비축유로 공급 부족분을 메운다고는 했으나 수급 불안으로 국제 유가는 크게 뛸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모두가 두려워하던 사태”라며 후폭풍을 우려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할 때마다 가상으로 만으로 존재했던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노린 공격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반목이 첨예해지면서 이란이 내놓은 ‘카드’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걸프 해역의 입구인 이 해협을 막으면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30%가 막히게 된다.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으로 차질을 빚게 될 원유 물량은 전 세계 공급량의 5% 정도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보다는 수치로는 적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외국 유조선을 군사력으로 막는 것보다 훨씬 적은 군사 자원을 동원해 국제 원유 공급망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이란의 새로운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장은 로이터통신에 “무인기가 공격한 아브카이크 석유시설은 전세계 원유 공급에 가장 핵심”이라며 “유가를 올리는 치고받는 식의 중동 내 위험이 이제 막 눈에 띄게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란의 관여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과 밀접한 예멘 반군의 이번 ‘대리 공격’으로 사우디의 핵심 시설과 국제 원유 시장을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게 됐다.

이란은 앞서 6월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외국 유조선 4척을 밀수, 해사법 위반 등을 이유로 억류해 이 수로에 대한 통제력도 국제 사회에 증명했다.

프랑스의 중재로 미·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리고 이란에 매우 적대적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되면서 양국의 충돌이 해소되는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이번 공격으로 무위로 돌아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공격이 예멘 쪽에서 비롯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란이 국제 원유 공급망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미국이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고 이란과 대화 테이블을 마련코자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일부라도 해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지역 산유국의 석유 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얻게 된 미국이 더욱 이란을 압박할 공산이 커졌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유럽과 이란의 핵합의 구제 협상도 악재를 맞게 됐다. 이란의 핵합의를 다시 모두 지키는 조건으로 유럽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이 협상이 실현되려면 미국의 용인 또는 묵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케빈 북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 연구소장은 AP통신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시설 중 한 곳이 공격받았다”며 “이란 갈등은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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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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