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유재석과 유재석

유재석과 유재석과 유재석

유재석과 유재석과 유재석

기사승인 2019-09-18 07:00:00


“드디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 19위에 올랐습니다. MBC ‘무한도전’ 할 때는 1위가 따 놓은 당상이었기 때문에 2위로 떨어지면 기사가 났거든요.” "19위도 감사하죠"

지난 1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에서 언급한 방송인 유재석의 말처럼, 분명 그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13년 동안 함께하며 최전성기를 함께 누린 MBC ‘무한도전’이 지난해 3월 종영을 맞은 후 ‘유재석 위기설’까지 나왔다. 그의 대표작인 SBS ‘런닝맨’과 KBS2 ‘해피투게더4’는 여전히 매주 방송 중이지만, 새롭게 시작한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와 SBS ‘미추리 8-1000’ 등은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진 못했다. 더이상 유재석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시대가 아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과도기였던 걸까. 유재석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9월 예능방송인 브랜드 평판지수에서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유재석을 재발견하는 트렌디한 예능 프로그램들도 하나씩 방송을 시작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일로 만난 사이’, MBC ‘놀면 뭐하니’까지. ‘무한도전’ 이후의 유재석이 ‘유재석 예능’이라 불리는 새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떤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 (2019년 4월 16일 ~ 방영 중,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유재석이 과거 ‘무한도전’의 ‘무도의 밤’ 특집에서 선보였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에서 가져온 콘셉트를 차용했다. 유재석이 길거리를 다니며 만난 시민들을 간이 의자에 앉히고 간단한 즉석 토크쇼를 선보이는 콘셉트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누굴 만나든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며 토크를 즐기는 유재석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 종영 직전에 함께 했던 방송인 조세호와의 호흡을 그대로 이어가기도 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2’에서 보여주는 유재석의 이미지과 콘셉트는 ‘자기’라 부르며 함께 호흡을 맞추는 조세호에서 시작한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놀리게 되는 친한 개그맨 후배와 함께 있는 포지션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눈다. ‘해피투게더’가 방송국 내부에서 일하는 유재석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유 퀴즈 온 더 블럭 2’는 방송국에서 한 발 정도 밖으로 나온 유재석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시민들과 토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그의 이야기를 꺼내는 재주는 늘 보여줬듯 명불허전이다.


△ tvN ‘일로 만난 사이’ (2019년 8월 24일 ~ 방영 중,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40분)

‘일로 만난 사이’는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함께 했던 정효민 PD와 재회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회 새로운 게스트와 함께 일손이 부족한 곳에 찾아가 땀 흘려 일하고 토크를 나누는 콘셉트다. 과거 차승원과 연탄 나르기로 명장면을 탄생시켰던 ‘무모한 도전’이나 다양한 직업을 직업 체험했던 KBS2 ‘체험 삶의 현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효리, 차승원, 정재형 등 유재석과 인연이 있는 가까운 지인들이 출연해 유재석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 보여주는 유재석의 이미지는 힘든 노동에서 출발한다. 요령이 부족하고 중노동에 가까운 일거리에 쉴 새 없이 땀이 계속 흐른다. 이 노동이 유재석이 그토록 좋아하고 원하는 토크를 방해하고 일로 만난 게스트와의 거리를 좁힌다. 또 하루라는 노동 시간이 주어지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할 시간을 준다. 프로그램 초반에 뭔가 의욕적으로 하려고 했던 유재석은 점차 기력을 잃으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과거 이효리를 심하게 놀린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한 장면이나, 차승원과 점심을 먹은 후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전에 보지 못한 유재석의 솔직한 모습이다. 방송국을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간 인간 유재석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 MBC ‘놀면 뭐하니’ (2019년 7월 27일 ~ 방영 중, 매주 토요일 오후 6시30분)

유재석과 뗄 수 없는 관계인 김태호 PD의 ‘무한도전’ 이후 첫 예능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이 매주 다른 특집으로 장르를 바꿨던 것처럼 ‘릴레이 카레마’, ‘조의 아파트’, ‘유플래시’ 등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놀면 뭐하지’라는 플랫폼으로 묶었다. 그 구심점엔 김태호 PD의 대리인으로 유재석이 등장한다. ‘놀면 뭐하지’ 안의 모든 프로그램이 유재석에서 시작하고 유재석으로 마무리되며 또 유재석으로 새롭게 이어간다.

‘놀면 뭐하니’에서 보여주는 유재석의 이미지는 김태호 PD에게서 나온다. 10년을 넘게 함께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낸 오랜 친구와 만났을 때의 유재석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놀면 뭐하니’는 조세호와 데프콘, 유희열과 이적 등 유재석이 서로를 깎아내리며 놀리기 쉬운 지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방송국이나 일터를 넘어 아예 친구에 안방에서 수다를 떠는 포지션에서 시작해 김태호 PD가 던져주는 단서를 붙잡고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뮤지션의 작업실에 방문했을 때도, 낯선 두 대의 카메라를 대면했을 때도 유재석의 당황스러운 리액션은 모두 김태호 PD를 향한다.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쌓아온 인연과 관계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유재석의 모습을 끄집어낸다. 어쩌면 시청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가장 보고 싶었던 유재석일지도 모른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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