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질환인 C형간염, ‘유병률’ 낮아 국가검진서 제외?

감염 질환인 C형간염, ‘유병률’ 낮아 국가검진서 제외?

복지부 “비용효과 입증 어렵고 예산 부족, 별도 사업으로 관리해야”

기사승인 2019-09-19 04:00:02

‘국가검진의 사각지대, C형간염을 말하다’ 토론회 개최

의료계 “타 만성질환과 달리 감염 가능성 있어…환자 없을 때 퇴치해야”

감염 질환인 C형간염을 국가검진에 포함시켜 추가적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유병률이 낮고 비용 대비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과장은 지난 1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국가검진의 사각지대, C형간염을 말하다’ 정책토론회에서 C형간염이 국가검진에 포함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 과장은 “지난 2011년 국가검진 도입 5가지 원칙이 만들어졌다. 유병률, 진료비, 치명률 등을 고려했을 때 중요 질병이냐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며 “전문가 회의에서 C형간염은 낮은 유병률과 비용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항체 유병률이 0.6%이고, 항체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다 환자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효과성을 입증할 자료도 부족하다. 정부 연구용역으로 7만 7000여명에 C형간염 항체검사를 실시했는데, 항체가 양성인 사람은 1150명이었고 실제 확진된 환자는 149명이었다”며 “이는 1000명이 검사하면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이다. 심지어 149명을 찾기 위해서는 확진검사(RNA)도 해야 하는데 1인당 1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발굴할 수 있는 별도 사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가 축적되면 국가검진 포함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원래는 연 50억원을 투입해 단기간에 환자들을 발굴하려고 했으나 예산을 받는 과정에서 조정이 있었다. 내년 사업 진행을 위해 약 9억원의 예산을 받았고 국회 심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학계는 C형간염이 ‘감염 질환’이고, 간경변증, 간암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조기 검진을 통해 감염원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대한예방의학회 총무이사)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감염병 예방법은 일반인이 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C형간염은 환자 빨리 찾아 치료하는 것이 곧 예방이다”라며 “감염관리는 크게 감염원 관리, 전파 차단, 숙주(환자) 면역관리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C형간염은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는 대신 백신이 없고 전파 차단을 완벽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 질환 특성상 일시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100명 중 1년에 10명씩만 치료한다고 하면 나머지 환자들이 새로운 환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C형간염은 간경변증, 간암 등의 주요 원인이고, 감염을 치료할 때 이미 병이 진행된 뒤라면 간염만 치료가 되는 것이지 암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가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병률이 낮다면 사람이 없을 때 빨리 퇴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자료가 없다고 했는데 평생 1~2번만 검진을 받는 것은 비용효과적이고, 그것을 입증한 연구 2편은 국제 논문으로 발표됐다”고 반박했다.

이상헌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간담췌내과(대한간학회 홍보위원) 교수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에서 의료비가 더 적었고, 만성C형간염환자가 치료를 할 때와 간암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것까지 포함해 비용를 비교하면 의료비가 7배까지 차이가 났다”며 “특히 감염 위험성도 있어 높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가검진 포함에 필요한 근거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4년 전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이후에도 감염관리 정책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정한 건국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정책위원)는 “C형간염을 국가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는 예전에도 진행됐다. 2015년 8월 관련 위원회가 열렸지만 유병률이 5% 이하라는 이유로 회의가 마무리됐고, 공교롭게도 다음 달인 9월부터 집단감염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정책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C형간염 퇴치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웠고, 그에 맞춰 각 나라에서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있는데 한국은 보고도 없고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또한 “1억이 넘는 B형간염 치료제도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 과장은 “WHO 플랜에 맞춰 우리도 2030년까지 간염 퇴치 방안을 위한 계획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우선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복지부와 조기검진사업을 시행할 것이다. 사업은 통계 등을 통해 항체 양성률 변화가 나타나는 특정 연령대를 선정하고 이전 이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하고 있으며, 항체 검사 후 확진 검진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좌장으로 참여한 김도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가검진 시스템이 있어서 스크리닝에서부터 진단, 치료, 완치에 이르는 과정이 우리나라만큼 좋은 나라가 없다. 게다가 C형간염은 진단이 쉽고 치료에 대한 접근이 좋다.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국가검진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한편 이번 정책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과 김순례 의원실의 공동주최 하에, 쿠키뉴스 주관으로 진행됐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