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3일 오전,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한 칼을 빼들었다. 이에 조 장관의 ‘파면’을 요구해온 야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 같은 분위기 전환에도 여당은 ‘조국 사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당내 기류에는 변화가 포착됐다.
앞서 검찰은 23일 오전 9시경 서울 방배동 소재 조 장관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조 장관 가족의 자산을 관리해온 한국투자증권 김 모씨가 임의제출한 자택 컴퓨터(PC) 하드디스크(HD) 2개에서 일부 증거자료를 확보한 만큼,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교체하지 않은 자택 내 PC의 HD를 수거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8월 말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의혹을 수사한 이래 조 장관 부부와 자녀를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어진 첫 압수수색이었다. 이에 검찰이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의 범죄행위와 조 장관의 행위 직접가담 여부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추가 자료를 바탕으로 조만간 정 교수와 조 장관을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관측들도 나왔다.
수사 초기만 해도 조 장관이 사건에 직접 연루된 혐의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검찰수사가 조 장관 주변을 점점 조여 가는 모습을 보이자, 검찰의 인사 및 행적을 관할하는 현직 법무부장관이 검찰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야당의 공세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압수수색을 조 장관과 직접 연결시키며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가진 (조 장관 측) 하드디스크가 3개인데 한 개가 더 숨겨져 있다. 당연히 방배동 자택을 압수 수색할 것인데 그게 오늘”이라며 “이 정도로 범죄 사실이 많고, 거의 주도적으로 홀로 했거나 같이 했거나 (가담 정도가) 뒤섞여 있다. 조국 씨는 결국 구속될 것”이라고 조 장관의 범죄행위 직접가담을 기정사실화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간 (한국당은) 조국 부부에 대한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해왔다. 왜 이렇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안 하고 고수하고 있느냐”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이 기소돼도 끝까지 무죄 추정 원칙을 운운하며 그 자리에 놔둘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이 정권은 그 순간 끝장과 막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국의 거짓말 리스트가 얼마나 길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조국은 검사와의 대화를 강행하고 있다. 결국 검사와 수사팀에 대한 압박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대통령의 파면 결단을 촉구했다. 여기에 그동안 각종 의혹에서 조 장관이 직접 관여한 바 없다는 여권 조국 사수전략의 근간을 흔들기도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조국 장관의 파면을 대통령이 결정해야한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손 당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관의 집을 검찰이 압수 수색했는데 그 장관이 어떻게 검찰을 지휘하고 이 나라 정의를 지킬 수 있느냐”면서 “조 장관에 대한 수사, 소환, 기소가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나라를 나라답게 지켜진다”고 강조했다.
문병호 바미당 최고위원은 “결론이 뻔히 보이는데도 조 장관은 모든 책임을 아내와 지인에게 미루며 장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역대급 위선자”라며 강도 높게 비난한 후 “문 대통령은 조국 파면만이 유일한 출구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수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확실하게 진실로 밝혀진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한 달 동안 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수사가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조 장관과의 직접적인 범죄연관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국민이 3년 만에 촛불을 들었다. 검찰 개혁이 표면적 이유지만 역사의 물줄기를 잘못된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는데 결코 그대로 돼선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최근 진행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뤄진 ‘검찰개혁·사법 적폐청산 집회’를 거론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사안을 해결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오후 현안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조국 장관 범죄 혐의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빌미로 자신들을 관리·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 직접 들어가 압수수색을 펼친 것”이라며 “조 장관에 대한 무리한 별건수사와 수사정보유출이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국 장관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만약 정 교수가 구속된다면 법원도 일단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 아니냐. 그렇게 되면 조국 장관도 당연히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조 장관 가족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퇴수순을 밟아야한다는 의견을 연합뉴스를 통해 밝혀 내부균열의 조짐도 보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