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이 무섭다는 게 이런 걸까.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인데도 빠져든다. 매 장면을 성실하게 채워 넣은 감독과 주어진 캐릭터와 상황을 살릴 줄 아는 배우들의 공이다.
‘퍼펙트맨’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남자의 만남을 그리는 영화다. 동생을 의사로 만들고 한탕 해서 큰 돈을 버는 ‘퍼펙트’한 인생을 꿈꾸는 영기(조진웅)와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됐지만 두 달 시한부까지 선고받은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가 주인공이다.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각자 원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장수는 영기의 도움으로 남은 두 달 동안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고, 영기는 장수가 들어놓은 사망보험금을 받는 약속이다.
두 사람의 다툼과 우정은 예상 그대로 전개된다. 서로를 탐색하다가 조금씩 소통하기 시작한 다음 함께 행동하며 일종의 로드무비처럼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2012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이 쉽게 떠오른다. 이미 관객들이 많이 봤던 익숙한 문법을 그대로 썼다.
‘퍼펙트맨’의 승부수는 문법보다 내용에 있다. 두 주인공의 행동과 말투, 태도 등을 실제 살아있는 사람처럼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이야기의 주제도 예상처럼 뻔하지 않다.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과 고민도 공감을 준다.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끝까지 인물에 집중해서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영화에 대한 믿음을 배가한다.
설경구와 조진웅,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면 제작될 수 있었을까 싶은 영화다. 두 사람은 모두 믿음과 기대에 훌륭하게 부응한다. 역할에 몰입한 조진웅의 연기에 설경구는 진정성으로 승부한다. 정반대의 캐릭터를 전혀 다른 연기스타일로 선보이는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은 매번 긴장감이 넘친다. 서로의 역할과 영화의 톤을 잘 이해했을 때 가능한 연기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다. 10월 2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