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리듬파워 “우리의 목표는 생존과 발전”

[쿠키인터뷰] 리듬파워 “우리의 목표는 생존과 발전”

리듬파워 “우리의 목표는 생존과 발전”

기사승인 2019-09-28 08:00:00

3이 완전을 의미하는 숫자라서일까. 3인조 무리가 사랑받은 역사는 유구하다. 삼국지 속 유비·관우·장비, 소설 ‘해리포터’의 해리·론·헤르미온느, 영화 ‘세얼간이’의 란초·파르한·라주…. 힙합그룹 리듬파워도 3인조다. 보이비, 지구인, 행주 세 사람은 음악적 동지이자 고교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친구다. 덕분에 그룹이 흔치 않은 힙합계에서도, 이들은 10년 가까이 팀을 지켜올 수 있었다.

최근 서울 양화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리듬파워는 자신들을 홍콩배우 성룡·원표·홍금표에 비유했다. 24일 발매한 첫 번째 정규음반 제목도 세 배우가 주연한 영화 ‘프로젝트 A’(Project A)에서 따왔다. 행주는 “성룡·원표·홍금표처럼 우리도 캐릭터 있는 3인조”라면서 “셋이 합쳐졌을 때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시너지가 나온다”고 자신했다.

반면 리듬파워를 ‘김치피자탕수육’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따로 먹으면 맛있는데 합치면 괴식이 되는 김치·피자·탕수육처럼, 리듬파워도 개인 활동 성적은 뛰어난 데 비해 팀으로 낸 곡으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붙은 뼈아픈 별명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속담을 패러디한, ‘리듬파워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가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리듬파워는 의연했다. Mnet ‘쇼미더머니6’ 출연 등으로 생긴 팀 활동 공백기가 2년여. “‘뭉치면 죽는다’고 확인할 만한 결과물을 그간 많이 못 냈다”(지구인)는 게 리듬파워의 항변이다. 보이비는 “리듬파워로서 활동이 뜸했으니 대중의 입장에선 당연한 평가”라며 “이 음반이 ‘뭉치면 죽는다’ ‘김치피자탕수육’ 같은 말에 대한 답장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밤을 새워 논 뒤 새벽 6시 첫차를 타고 귀가할 때의 공허함을 표현한 ‘6AM’. 클럽에서 만난 이성에게 치근댔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는 화자의 지질함을 유쾌하게 그렸다. “요즘 영국 힙합에 빠져 살고 있다”(보이비)는 이들은, ‘6AM’에도 영국에서 유행하는 사운드를 담았다. 국내 힙합 가수들 가운데서는 손에 꼽을 만큼 빠르게 외국 트렌드를 흡수했다.

마지막곡 ‘바보언덕’은 세 멤버의 모교인 인하부고 후문 인근 분식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노래다. 보이비, 지구인, 행보는 분식집 바보언덕의 단골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는 어언 15년이지만, 바보언덕의 대표 메뉴 ‘쫄볶이’의 맛은 여전히 생생하다. “한 번 먹으면 다시 (바보언덕에) 찾아갈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맛”(행주)이란다. 그리운 것이 어디 맛뿐이랴. 바보언덕은 리듬파워의 고교 시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다. 바보언덕을 그리워하는 건, 그 시절 자신을 그리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김태호PD의 신작 예능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할 정도로 연예인으로서 위상(?)이 높아졌지만, 이들은 여전히 천둥벌거숭이 같다. 이날 인터뷰에서 가죽 재킷을 입고 온 행주는 두 친구가 ‘멋을 냈다’며 하도 놀려대는 통에 결국 재킷을 벗어야 했다. 누가 먼저 인기를 얻든, 이들의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은 없다. 행주가 ‘쇼미더머니6’에서 우승했을 때에도, 멤버들은 ‘너라도 빨리 앞서 나가. 우리가 금방 따라갈게’라며 그를 응원해줬다. 행주는 “팀을 위협할 만큼의 인지도가 아니라서 전혀 영향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리듬파워의 모토는 ‘사랑과 평화’, 목표는 ‘생존과 발전’이다. 살아남아야 발전도 하는 것이 당연한 일. 리듬파워 역시 오랜 무명 시절을 견디고 살아남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된 것 아니겠는가. 리듬파워는 “공연에서만큼은 최고의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크다”면서 “‘프로젝트 A’는 우리가 어떤 수식어를 받을 음반이 아니라, 우리가 뭔가를 보여드려야 하는 음반”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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