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오판으로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국 직위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IASB 위원을 선정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이사회는 금융위와 회계기준원이 추천한 IASB 신임 후보인 A교수에게 탈락을 통지했다. 이는 내년 6월 말 현 IASB 한국 대표인 서정우 위원의 임기가 종료되면 이후 IFRS 제·개정 작업에서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국제회계기준 변경은 일선 기업들의 경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실제로 국내에서 1차중도금 납부 시점에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따라 중도금을 모두 부채로 반영하는 IFRS15를 지난 2018년에 도입한 이후, 자체분양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일괄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사례가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IFRS15 적용 후 부채비율이 지난해 1분기 257.8%→323.1%, 현대건설 111.4%→117.3%, 대림산업 124.7%→133.7%로 뛰어 올랐다.
유 의원은 “자연히 세계각국은 14석에 불과한 IASB 위원직을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IFRS를 도입하지 않은 중국과 일본도 IASB 위원직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기존에 확보한 의석마저도 지켜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금융위와 회계기준원은 IFRS의 타 위원회 위원직을 맡고 있는 A교수를 추천했다. 그런데 A교수는 회계분야의 전문가임은 분명하나, IASB가 제시한 ‘투자자 또는 기업 관계자(재무제표 작성자)’라는 자격 요건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IASB 위원 지원 및 선임은 금융위가 아닌 개인 차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A교수 이외에 위원직에 지원한 다른 후보자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적의 위원 후보 추천을 위한 별도의 회의는 없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A교수의 탈락 이후 IASB 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했고, 회계기준원과 공동으로 IFRS 재단 內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위원 등의 인적자원을 활용해 IFRS 핵심관계자 면담을 비롯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유 의원은 “금융위원회의 답변대로라면 추천서는 써주지만 그 대상자에 대한 검증은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고 질타하며 “A교수가 IFRS의 타 위원회 현직 위원이라는 이유만으로 IASB 신규 위원으로 위촉하려던 인재상과 맞는 인물이었는지조차 검증하지 않고 넘어간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기는 만큼, 회계주권을 상실한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엄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