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퀴즈쇼(Quiz Show, 1994)’와 분식회계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퀴즈쇼(Quiz Show, 1994)’와 분식회계

기사승인 2019-10-14 11:26:00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을 저술하면서 “언론의 자유가 없이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언론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의 상태, 즉 민주화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전통과 명성의 미국 3대 TV방송사를 든다면 ABC, CBS, NBC를 들 수 있다. 1956년 NBC에서 ‘트웬티 원’이란 퀴즈쇼를 방영했는데, 이 쇼는 두 명의 참가자가 각기 다른 부쓰 안에 들어가 스물 한 문제를 먼저 맞추면 승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영화 ‘퀴즈쇼’는 한때 미국을 뒤흔들었던 이 NBC의 당시 시청률 1위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의 승부조작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시청률에만 관심 있는 방송국측은 연전연승을 거두던 유대인 허비 스템펠(존 터투로)를 물리치기 위해 명문가 출신이자 컬럼비아대학의 매력 있는 젊은 교수인 찰스 반 도렌(랠프 파인스)를 내세워 시청률을 높이고, 그는 돈과 인기를 얻는다. 

그리고 14주 동안 연속 우승을 거두다가 여류변호사에게 패배한다. 그런데 존 터투로가 이 프로그램은 미리 짜고 하는 사기극이라고 고발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방송 제작자인 댄 앤라이트(데이비드 페이머)가 미리 정답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결국,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한 정의로운 변호사 딕 굿윈(롭 모로우)에 의해 그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회계에는 사기를 의미하는 용어로 분식회계(粉飾會計)가 있다. 

한자로 가루 분(粉) 꾸밀 식(飾)은 ‘본래 모습보다 더 예쁘게 보이도록 분칠을 한다’, 즉 ‘거짓으로 꾸민다’는 뜻이다. 영문으로 분식회계는 ‘window dressing settlement’(겉치레 결산) 또는 ‘accounting fraud’(사기․기만 회계)로 표현되어, ‘진실을 속이는 회계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분식회계란, 기업이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계처리방법을 은폐․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탈세를 목적으로 이익을 줄이는 경우를 역분식이라 한다.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에피스의 지분가치를 2천9백억 원대에서 4조8천억 원대로 재평가하였다. 그 결과,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다 2015년 1조 9천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일본의 경우, 110년의 역사를 가진 가네보가 분식회계로 무너졌다.

미국에서는 엔론 사건 이후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회계감독위원회의 설립’, ‘회계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제정하였다.

물론 이러한 기업외부에서의 인위적인 감사제도도 필요하지만 기업 자체적으로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윤리의 정립이 더 중요하다. ‘퀴즈쇼’에서 승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밝혀지지만 TV의 거대한 힘과 광고주의 돈에 의해 조작된 비리가 결코 시정되지 않고 그것은 한때의 사건(happening)으로 남게 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바로 보고, 바로 세우는 것’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나 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잘 지켜져야만 그 진가가 발휘되게 마련이다. 평범한 상식이지만 도덕성은 자신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영원한 진실에 대한 외경을 상실할 때 스스로 인간상실을 자초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퀴즈쇼와 분식회계’의 상관관계는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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