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사상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은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헌고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일사상을 강요하는 ‘사상독재’를 하고, 학생들을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학교 마라톤 대회에서 일부 교사들이 ‘자민당, 아베 망한다’ ‘일본 경제침략 반대한다’ 등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당일,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고한 조국을 사악한 검찰이 악의적으로 사퇴시켰다’는 식으로 말했다”면서 “학생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 ‘가짜뉴스를 믿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보수 단체 회원들이 참석해 학생들을 지지한다며 “전교조는 해체하라” “문재인은 하야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 인헌고 재학생들은 기자회견을 한 학생수호연합 측 학생들을 향해 야유하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나승표 인헌고 교장은 “마라톤 대회는 교육계획에 따라 이뤄진 정상적 교육 활동이었고,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진행됐다”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언문을 작성했고, 그 과정에 특정 사상을 주입하기 위한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진실과 가짜’라는 수업 과정에서 조 전 장관 관련 뉴스를 소재로 학생들이 발표한 모양인데, 교사가 학생에게 조국을 옹호하라고 지시한 것은 없었다”면서 “강압적으로 특정 견해를 주입하지 않고, 학생들의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는 교육 본연의 목적에 따라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단체 소속 학생들은 전날 교육청에 학교를 감사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서울교육청은 해당 학교에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특별장학을 진행 중이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