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했던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은 ‘나노수트’를 입고 전투에 나선다. 버튼만 누르면 순식간에 슈트로 몸을 감쌀 수 있고, 파괴되어도 금방 재건되는 모습에 영화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이런 기술은 현실에 없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몸속을 돌아다니며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주는 작지만, 똑똑한 로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마이크로의료로봇’이다.
지난달 31일 광주시에 위치한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KIMIRo)’을 방문했다.
광주송정역에서 다시 차로 20여분을 더 달리자, 연구원에 시야에 들어왔다. 고가의 첨단 연구 기자재가 풍부하게 구비되어 있고, 의료와 기계공학이 융합된 첨단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수학한 박사급 인력들이 이곳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도 마이크로의료로봇에 주목, 국정과제에도 이 분야 육성을 포함시켰다. 이 분야가 진단 및 치료에 있어 잠재 가능성이 커 시장성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의료기기 시장에서 마이크로의료 및 나노로봇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보고 이 분야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었다. 또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첨단재생의료법에 직접 대입이 가능한 분야라는 점에서도 관련 업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여기서 잠깐, 마이크로의료로봇이란 뭘까.
크게 기계전자식과 생체세포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유선내시경과 비교해 통증 및 거부감이 없고, 마취를 할 필요가 없어 사용 편이성이 높다. 다만, 연동운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시간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단점을 보완한 것이 능동조향 캡슐내시경이다. 이는 외부 능동 조향 및 정밀 진단이 가능하고, 외부에서 로봇의 조작이 가능하다. 또 실시간 영상 수신도 가능하다.
생체세포식 마이크로의료로봇은 좀 더 발전된 형태이다. 골 관절염 치료를 예로 들면, 기존 약물·인공관절 이식 등의 치료는 재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대안의 개념으로 한때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줄기세포 치료제는 가격이 비싸고 지향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환자는 여러 번 시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 등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차세대 마이크로로봇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 실용화기술개발 단계에 있다.
연구원의 연도별 연구원의 대표적 연구 성과는 다음과 같다. ▲2001년 대장내시경로봇 ▲2003년 캡슐내시경(수동) ▲2010년 혈관마이크로로봇 ▲2013년 박테리아나노로봇 ▲2015년 ▲2016년 면역세포마이크로로봇 ▲2017년 줄기세포마이크로로봇 등.
특히 ‘박테리아나노로봇’의 개발은 이후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해당 개발 노하우를 통해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활용한 후속 나노로봇 기술 개발이 이뤄졌고, 해외 등지에 기술 이전을 하는 쾌거도 있었다. 박종오 원장은 “KIMIRo의 특허 출현 횟수는 전 세계 1위”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총 4년간 229억 원(국비 210억 원, 시비 19억 원)을 들여 ‘마이크로의료로봇 실용화기술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은 연구원이 주축이 돼 서울대, 전남대, 연세대의대 등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원은 기초연구부터 상품화까지 전 주기를 담당한다.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협업 기업에게 기술이전을 하고, 해당 기업은 이를 토대로 임상시험에 돌입, 향후 허가를 받아 시장에 진입하는 시스템이다. 박 원장은 “가장 효율적인 프로세스”라며 “다음 달까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