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기사승인 2019-11-01 11:02:42

인생에 있어서 라이벌이 있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사람일지 모른다. 라이벌과의 선의의 경쟁은 타성과 진부함을 없애주고 진취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자신을 가다듬고 발전시키는 최고의 조건일 수 있다.

영화 <그랑 블루(Le Grand Bleu, 1988)>는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한계점이라는 수심 105m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하여 친구 간에 경쟁이 펼쳐진다.

영화의 주인공 자크(Jacques Mayol, 1927~2001)는 실존 인물로, 1983년(56세)에 수심 105m까지 잠수한 기록을 세웠다. 후에 그의 기록은 펠리자리가 131m를 잠수함으로써 깨졌다.

그리스의 작은 어촌에서 태어난 자크(장 마크 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잠수사고로 죽은 뒤, 바다에서 돌고래와 수영하는 것이 낙이었다. 또한, 외로움 속에서도 하나뿐인 친구 엔조(장 르노)와 잠수 실력을 겨루며 우정을 키워가는 것이 위안이었다. 성인이 된 자크는 무산소 잠수에 관한 실력이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는다.

한편, 이탈리아 시실리 섬에서 잠수부 생활을 하는 엔조는 무산소 잠수 챔피언 대회를 열고, “너라면 날 이길 수 있을 테니까”라며 자크를 초대한다.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변함없이 뜨거운 우정을 확인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목숨을 건 경쟁 끝에 자크가 승리한다.

엔조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였지만, 경쟁의식이 강한 그는 최고가 되고자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그는 바다 깊은 곳으로 무리한 잠수를 시도하다가 끝내 사망한다. 자책감에 시달리던 자크는 엔조의 뒤를 따라 바다 속으로 끝없이 잠수해 들어간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해. 그게 너무 어려워”라는 자크와, “난 바다가 뭘 원하는지 알아”라는 엔조. 그들은 바다에서 생을 마치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영화와는 달리 실제로 자크는 2001년 12월 22일 이탈리아의 엘베 섬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됐다.

자크는 친구이면서 좋은 라이벌 엔조가 있었기에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한 가지 일에 끊임없이 노력하였기에 가능했지만 말이다. 그러면 라이벌의 의미를 살펴보자.

웹스터 사전에 의하면, ‘경쟁자’를 뜻하는 ‘라이벌(rival)’의 어원은 라틴어 ‘리발리스(rivalis)’인데, 이는 ‘강(rivus)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경쟁’을 뜻한다. 즉, 라이벌은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을 능가하고자 하는 맞수로써, 다른 사람과 동일 또는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라이벌로, 삼성과 애플, 아마존과 구글,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라이벌 간의 선의의 경쟁은 경쟁력 향상은 물론, 성공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경우도 그렇다. 콜라시장의 쌍두마차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코카콜라가 1886년, 펩시콜라가 1898년에 탄생했으니 코카콜라가 12년 선배이지만, 그들은 지난 100년 이상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강한 경쟁상대가 있었기 때문에 양측이 모두 치열한 경쟁 속에서 둘 다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과유불급; 過猶不及)는 말처럼, 영화에서도 지나친 라이벌 의식은 서로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동운(대전과학기술대 교수)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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