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기사승인 2019-11-05 17:34:59

얼마 전에 서울의 한 공원에서는 광복회 주최로 작은 모과나무 묘목을 심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 묘목은 대전 산성동에 위치한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님의 생가에서 자라던 모과나무의 묘목이었다. 

이 나무는 원래 1888년 신채호 선생의 조부가 9살의 어린 신채호가 중국 역사서인 ‘자치통감’ 읽기를 끝마친 책거리 기념으로 심은 나무다. 독립운동가이자 뛰어난 사학자로서의 신채호 선생의 기상이 이 모과나무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한 요즘 같은 환절기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 오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 감기. 목이 따끔거리고 콧물과 눈물 그리고 근육통이 심한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하지만 병이 있으면 그 병을 치료하는 약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늦가을 감기에 좋은 약재가 바로 모과나무 열매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모양은 그리 좋지 않은 과일에 속한다. 그저 먹기엔 맛이 없고, 질감이 퍽퍽한 모과 열매다. 

그러나 장미과에 속하기에 봄에 아름다운 분홍색의 꽃이 핀다. 그 열매의 모양과 크기, 그리고 색깔은 참외와 비슷하다. 그래서 ‘나무에서 열리는 참외’라는 뜻으로 모과(木瓜)라고 불린다. 10월 중하순부터 수확하는 모과 열매는 자동차 안이나 거실에 은은한 향을 전해주는 천연 방향제로도 사용된다. 

잘 익은 모과 열매를 잘게 잘라 설탕이나 꿀에 담가 한겨울 감기와 근육통을 예방하는 모과차나 모과청으로 변신하는 시기가 바로 깊어가는 가을 이맘 때이다. 

모과 열매에는 비타민 C를 비롯한 조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효소는 물론 근육통, 흔히 야간에 심해지는 근육통에 좋은 치료성분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모과나무의 꽃말은 ‘평범’과 ‘열정’인데 얼핏 서로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 꽃말은 시경(詩經)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시의 하나로 손꼽히는 위풍(衛風)중 ‘木瓜(모과)’란 시를 보면 ‘평범’해 보이는 모과를 주었을 뿐이지만 그 보답으로 귀한 옥돌을 내어줌으로써 그 관계의 깊은 ‘열정’을 전해주는 시구에서 그 꽃말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

投我以木瓜 모과를 주었네
報之以瓊 그 보답으로 귀한 옥돌을 주었네
匪報也 보답을 하려는 게 아니라
永以爲好也 영원히 좋은 사이로 남고 싶어서

신채호 선생의 생가가 있는 대전에서 조금 떨어진 충북 오송에 가면 500년 된 12미터 높이의 천연기념물 제 522호 연제리 모과나무를 만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철 따뜻한 모과차 한잔으로 감기와 근육통을 예방하며, 행동하는 독립투사이자 깊이 있는 역사학자로서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씀을 남기신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뜻을 기려보면 어떨까?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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