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이 국내 기업들에겐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늘 그렇듯 위기는 항상 기회를 수반한다”면서 “미·중 통상 분쟁은 기술패권 측면에서 중국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우리가 우위에 있는 산업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반도체 산업’을 낙관적 분야로 꼽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해 지금은 정체기에 있지만 앞으로 관련 분야의 대대적인 투자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기회가 될 수 있는 미·중 통상 분쟁을 포함한 거대양국 간 갈등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만큼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분쟁의 긴장감이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서 올해보다 긴장감이 떨어질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문제도 걸려있고, 미 대선도 11월에 있어 지금만큼 싸움을 지속해나가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부분타결이나 갈등상황의 완화까지도 예상했다.
여기에 이 원장은 일본의 한국을 향한 수출규제는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내년 하반기부터는 어느 정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원장은 “일본 문제는 금방 해결되긴 조금 어렵겠지만, 방콕에서 한일정상이 만난데다 여러 물밑 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어느 정도 기회가 생길 수 있고, 가을에 일본선거가 있으니 거기서 정부가 바뀔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한편 세계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정부는 규제혁신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수출 총액만 늘리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수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전 세계가)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데 여기서 새 통상규범에 대해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나 데이터 이동에 대한 정부 규제에서 혁신의 여지가 있는지 과감히 찾아내고 이런 담론을 국제적으로도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면서 “생산 플랫폼도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는 요즘 세대의 생산과 소비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으므로 어떻게 새 무역정책을 수립해 대응할지 앞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