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호 성공회대학교 일본학과 교수가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는 한국 사법부의 민사소송 판결을 존중하고, 한일 양자 간 문제로 한정해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12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켠벤션홀에서 열린 ‘쿠키뉴스 창간 15주년 기념 포럼 新 한·일 경제협력 구축 방안 모색’에서 양 교수는 “한일 간 주장은 아직 크게 엇갈리지만, 국제법정에 위탁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합의할 수 있다면, 양국 간 정치적 타결을 위한 해법도출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양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패널로 나섰다. 양 교수는 “최근 악화되는 한·일 관계 탓에 일각에 주장하고 있는 국제사법재판소에 한·일 갈등을 위탁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강제노동징용자를 비롯한 대부분 90대에 달한 피해자들은 상당수 사망할지도 모른다”며 “지난해 2월 생존자는 5200명으로 3년 뒤 판결이 나와도 수백명 밖에 살아계시지 않을 수 있다. 매우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인 해법”이라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한일 양국에 재정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며 “자료와 공문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저명한 국제법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수백억원 이상의 재정부담이 발생한다. 자료를 정리하고 번역하는 데 1년 이상 걸리고, 한일 간 신경전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양자 간 문제로 해법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 지난 6월 19일 제시한 해법에 포스코를 비롯한 청구권자금 수혜 16개 기업과 대화를 개시해야 한다. 전체적인 모금 금액과 배분 방식, 재단 운영체제 등 정부-기업 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단 한국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대법원 승소 판결 확정 금액을 지급하고, 현금화를 방지할 수 있다면 추후 일본기업의 참가도 기대할 수 있다. 한일 양국 정부가 배제된 양국기업이 주도한 1+1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간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낙연 총리는 아베 총리를 만나 현재 한일관계 악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으며, 대북정책에서 한일, 한미일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공유했다”며 “양국이 입장차가 있지만, 한일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을 통해 구체적 해법을 도출하고 하루빨리 한일 양국정상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