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내년도 정부예산을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안 처리 시한이 20일 남짓 남았는데, 합의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지 못하면 국회는 다시 대치국면에 빠질 수 있다”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이 정한 일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당도 이제 대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며 “어떻게 검찰의 특권을 해체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민생경제 입법을 위한 본회의 소집이 시급하다. 오늘(12일)은 본회의 일정을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조 의장은 “경기 하방압력이 높아져 예산안을 증액해도 모자랄 판인데, 비상식적 수준의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 삶을 난도질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국가재정이 건실한데 예산삭감을 부르짖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혹세무민”이라고 14조5000억원 삭감을 주장하는 한국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처리 저지와 2020년도 정부예산안 핀셋심의 후 삭감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필요에 따라선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한국당 재선의원들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시 의원직 총사퇴하자’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해줄 것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의원직 총사퇴’는 실효성 없는 카드라는 입장을 내비쳤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패스트트랙 상정은 ‘날치기’라고 거듭 강조하며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한다는 차원에서도 불법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을 반드시 하겠다. 그 일환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는 검토해야 된다”는 의향을 밝혔다.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정부 예산안을 두고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당이 맞는가. 어떻게 이렇게 국민 혈세를 남의 돈 쓰듯 마음대로 펑펑 쓸 수 있는가.‘어차피 내 돈 아니니 쓸 때까지 쓰자’ 이게 지금 여당의 예산 마인드 아니냐”면서 “전부 국민 혈세다. 흥청망청 엉터리 예산 용납할 수 없다”고 14조5000억원 삭감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도 패스트트랙 법안처리와 관련한 협상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회동에서 국회 본회의 개최와 패스트트랙 협상 재가동 등 쟁점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대쟁점인 검찰개혁 관련 실무진 회동도 오는 14일 개최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