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잡으려고 법 개정…암환자 집단 퇴원 등 문제 속출

요양병원 잡으려고 법 개정…암환자 집단 퇴원 등 문제 속출

‘요양급여의뢰서’ 없으면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 환자들 '무전퇴원 유전입원' 외쳐

기사승인 2019-11-13 10:27:52

이달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타 의료기관 진료 시 ‘요양급여의뢰서’를 지참하지 않을 경우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한 ‘개정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시행으로 그동안 요양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던 암 환자들이 집단퇴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한국암재활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개정된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으로 인해 암 환자의 요양병원 집단 퇴원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1월부터 요양병원은 입원중인 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CT, MRI 검사를 받거나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받아야만 한다. 이때 해당 상급병원은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외래 진료한 뒤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부담금만 받고, 직접 심평원에 진료비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외래진료를 한 병원들은 진료비 전액을 100/100 방식으로 수납한 뒤 암 환자들로 하여금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정산 받도록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 입원 중인 환자의 무분별한 타 진료기관으로의 외래진료를 방지하고, 지역사회통합 돌봄사업의 일환으로 요양병원 장기입원과 불필요한 입원을 예방하기 위해 제도를 시행했지만, 취지와 달리 오히려 암환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그 이유는 바로 당국의 획일적인 탁상행정과 상급종합병원들이 자신들의 편의만을 위한 ‘갑질’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협회는 “현재 암환자들이 요양급여의뢰서를 받아 항암 및 방사선 같은 치료를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 5%만 지불하고 나머지 비용은 해당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청구해야 한다”며 “그런데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만 따져 먼저 환자들에게 치료비 전액을 받고, 환자로 하여금 2~3개월 후에 입원 중인 요양병원을 통해 환급을 받으라는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암환자들이 진료의뢰서나 요양급여의뢰서 없이도 상급종합병원에서 본인부담금만 내고 진료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복지부 고시(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가 일부개정 이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중인지 여부를 전산으로 곧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이를 악용해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 응당 자신들이 심평원에 청구해야 할 진료비를 일시에 환자에게 받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등에 필요한 진료비는 한 달에 최소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현금을 부담해야 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암 환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면서 “현금이 없어 진료비 사전납부를 할 수 없는 암환자들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본인부담금 5%만 내고 방사선 치료 등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퇴원해야만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집단퇴원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경기도 G 요양병원에서 10일간 암환자 35명이, 광주광역시 한 요양병원에서도 역시 같은 이유로 20명이 넘는 암 입원환자들이 퇴원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집단퇴원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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