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3분기(7~9월) 침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드릴십(원유 시추선) 구매 계약이 해제됐고, 계약이 취소되면서 발생한 단기충당금이 지난 3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적자가 3120억원으로 작년 동기(적자 1273억원) 대비 확대됐다고 밝혔다.
적자 전환의 원인은 드릴십 계약 취소에 따른 대손충당금, 장부가치 감액 손실과 드릴십 관련 비용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30일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Transocean)과 맺은 드릴십 2척에 대한 선박 건조 계약이 취소됐다.
계약이 해지된 두 선박은 각각 7억2000만달러(약 8600억원)와 7억1000만달러(8480억원)다. 이는 총 14억3000만달러다. 선수금을 제외하고 계약 해지로 인해 삼성중공업이 받지 못한 금액만 9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분기 드릴십 계약 취소에 따른 대손충당금, 장부가치 감액 손실, 관련 비용은 2600억원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회사는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지난 3분기 7분기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영업손실은 2563억원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노르웨이 시추회사 노던드릴링의 자회사인 웨스트코발트와 맺은 드릴십 1척에 대한 매매 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매각대금 3억5000만달러(4100억원)에 인도 예정일은 오는 2021년 1분기였지만 급작스럽게 취소를 당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발생한 충당금은 약 1300억원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드릴십 시장이 유가 하락으로 침체됐다. 재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는 단기충당금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계는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초 이어질 대규모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혹은 2020년 초반에는 북극 LNG-2와 카타르,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등의 LNG 프로젝트 물량이 발주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한국 조선업이 많은 물량을 수주한다면 내년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대규모 LNG 선박 발주가 시작될 전망이다. 또한 아울러 연기됐던 해양프로젝트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