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윤희에게’ 김희애 “조미료 없는 순수한 영화… 안 할 이유 없었죠”

[쿠키인터뷰] ‘윤희에게’ 김희애 “조미료 없는 순수한 영화… 안 할 이유 없었죠”

‘윤희에게’ 김희애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싶던 순수한 영화… 안 할 이유 없었죠”

기사승인 2019-11-16 07:00:00

“제가 좋아서 선택한 영화를 보는 분들도 똑같이 느끼실까 싶었어요.”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배우 김희애다. 영화 ‘허스토리’와 ‘사라진 밤’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던 김희애가 이번엔 저예산 영화를 선택한 것. ‘윤희에게’는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다시 주목받았고, 당시 관객들에게도 호평받았다. 14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희애는 불안과 기대가 섞인 심정을 털어놨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꼈던 좋은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보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처음엔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극적인 것 없이 순수하게 만들어진 것 같았거든요. 전 그게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볼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물론 제작비를 많이 들인 영화를 하면 신나고 재미있겠지만, 전 저한테 주어진 밥상에서 최선인 걸 고를 수밖에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윤희에게’를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아무리 다양성 영화라고 하지만 ‘윤희에게’처럼 조미료 없는 영화를 만들 용기를 갖는 게 쉽진 않잖아요. 다행히 시사회에서 좋게 봐주셔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귀하게 생각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전문가분들이 좋게 평가해주시는 걸로 전 만족해요.”

‘윤희에게’는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한 인연이 많은 시간과 거리를 좁혀 만남에 이르게 하는 영화다. 예상과 달리 김희애가 맡은 윤희가 첫사랑과 만나는 장면은 아주 짧게 등장한다.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감정을 폭발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걷는다. 김희애는 그 장면을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첫사랑과) 만나는 장면이 짧잖아요. (마음을) 계속 감추고 표현하지 않는 상태였다가 그 장면에서 감정을 폭발해야 했죠. 감정에 도움받을 수 있는 걸 많이 봤어요. 영화도 많이 보고 ‘터칭’ 받을 수 있는 음악이나 책을 보면서 담금질을 많이 했어요. 그런 영화를 보더라도 다르지 않더라고요. 똑같은 감동이 있었고 오히려 더 절절하고 마음이 아플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사람들의 사랑으로 봤지, 다른 종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김희애는 매년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씩 선보이고 있다. 지금도 내년 방송 예정인 JTBC ‘부부의 세계’를 촬영 중이다. 이렇게 꾸준하게 일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건강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건강해서 계속 일을 하는 건지, 일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건지. 저도 정확히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잠깐 쉬는 건 괜찮지만, 손을 놔버리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할까요. 배우 생활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이나 기억력 같은 것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일을 한다는 건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고,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지금 시점의 김희애가 갖고 있는 목표를 물었다. 김희애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현장에서 일하며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동료들이 귀하고 멋지다는 이야기였다.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대사도 잘 외우고 피해주지 않으려면 건강해야 하잖아요. 건강하게 오랫동안 일을 잡고 있으면 좋겠어요. 스타일리스트나 감독님들을 보면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게 너무 귀해요. 사라지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저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해’라고 하거든요. 머리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멋있지 않나요? 저도 그중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야 후배들도 희망을 갖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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