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언론매체에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눈여겨 볼만한 기사를 냈다. 10월 29일에서 31일에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라는 포럼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거부이자 유명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강연자로 나섰지만 객석은 매우 썰렁했다는 기사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거부이자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설마다 우레와 같은 관중을 몰고 다니기로 유명하던 그는 지난달 ‘텅 빈’ 관중석을 맞이했다.
FII는 다양한 국가의 국제투자·금융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막의 다보스’라고도 불리는 세계 경제포럼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당시 손 회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참석해 많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 손정의 회장의 연설을 듣기 위한 관중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다른 연설은 관중들이 가득 찬 것과 비교해 크게 대조됐으며, 주요 외신들은 이날 손 회장이 ‘텅 빈 청중’을 맞이한 것은 그의 ‘비전 펀드’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세계최대 스타트업 투자펀드인 ‘비전 펀드’를 출범시키며 알리바바·우버 등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발굴한 손 회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약 7조 4420억 원의 손실을 내며 14년 만에 분기별 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를 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달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위워크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470억 달러의 평가가치를 받던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의 가치는 불과 몇 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로 줄어들었고, 위워크의 실패에 따른 손실보다 더 후폭풍이 컸던 것은 투자처를 선택하는 손 회장의 안목에 대한 우려였다.
손정의 회장은 “이번 결산은 매우 좋지 않았다. 시뻘건 엄청난 적자로 3개월 결산에서 이 정도 적자를 낸 것은 창업 이후 처음이다. 나 자신의 투자판단이 여러 의미에서 잘못된 것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국 사업가는 숫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사업가는 이익과 더불어 성장의 상징이니 증가율을 만들어 낼 때 주목을 받는다. 사업가의 성패의 핵심은 결국 ‘판단’이다. 미래에 대한 전략과 판단이 정확하다면 큰 이익을 취할 것이고, 반대로 잘못한다면 엄청난 손실을 본다.
사업가는 이제까지 잘해 왔는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내리는 판단이 얼마나 정확한가이다. 판단이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는 이번 사례는 판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사례다. 잘해 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세계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이때 손정의 회장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리고 실수를 만회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